우리 집 바닥은 흰 바탕에 은은한 무늬가 들어간 대리석 문양이다.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강아지 털이 잘 보이지 않았으니까. 털도 안 떨어지는 것 같은 룰루가 그저 예쁘고 귀엽기만 했다.
룰루는 아들내외가 키우는 강아지인데, 요즘 아들과 며느리가 바빠지면서 일주일에 두세 번씩 우리 집에서 자고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네 집에 다녀온 딸아이가 뜻밖의 말을 했다.
"엄마, 룰루네 집에는 개털이 정말 가득해요. 눈에는 잘 안 띄어도 레이저 불빛 나오는 청소기로 돌려보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아마 우리 집은 바닥 색이랑 털 색이 비슷해서 안 보이는 걸 거예요."
나는 깜짝 놀랐다. 평소 털이 잘 쓸린다는 실리콘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몇 번이고 걸레질을 해도 이상하게 코가 간질간질하던 이유가 바로 개털 때문이었던가 보다. 비염이 없는 내가 개털알레르기를 의심하게 되었다.
하루는 아들네가 쓰던 레이저 불빛 청소기를 들고 와 바닥을 비춰보았다.
그 순간, 나는 정말 기절할 뻔했다.
바닥에 머리카락 하나 떨어진 것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나였는데, 그동안 털이 이렇게 많이 쌓여 있었다니. 구석구석 털을 빨아들이고 나니 거짓말처럼 간지럽던 코가 잠잠해지는 듯했다.
우리 룰루는 비글이다. 털을 따로 깎아주는 종이 아니다 보니, 요즘처럼 털갈이 시기가 오면 짧고 힘 있는 털들이 빗자루질을 뚫고 끝없이 떨어진다.
어떻게 하면 이 털들을 조금 더 쉽게 치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로봇청소기를 떠올렸다. 털이 떨어질 때마다 알아서 부지런히 바닥을 훑고 다녀준다면 참 좋겠다 싶었다. 반려견 털에 효과적인 로봇청소기를 아시는 분은 추천 부탁드려요. 바닥은 흰 대리석 무늬입니다.
"개 키우는 사람들도 처음 며칠은 우리처럼 털 때문에 고민하다가, 결국엔 그냥 포기하고 살게 되는 걸까?"
내가 묻자 옆에 있던 남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되겠지. 그러니까 개 키우는 집에 가보면 다들 털이 많잖아."
남편의 말을 들으니 문득 예전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성당에 함께 다니던 자매님 집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정성껏 내어주신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때마침 남향 창으로 따스한 햇살이 비쳐 들었다. 그 햇살 속에서 공중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개털이 또렷하게 보였다.
나는 얼른 잔을 비웠다.
"자매님, 커피 한 잔 더 드릴까요? 많이 내렸어요."
"아, 아니에요, 정말 잘 마셨습니다."
웃으며 손사래를 쳤지만, 개를 아끼는 분께 차마 털 이야기를 꺼내기가 미안해서 볼일만 마치고 도망치듯 그 집을 나왔다.
이제는 내가 그 입장이 되었다. 돋보기안경을 쓰고 바닥을 뚫어지게 들여다봐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이 개털 문제, 과연 어떻게 지혜롭게 풀어가야 할까? 룰루가 전해준 뜻밖의 숙제 앞에서, 나는 오늘도 청소기 자루를 쥔 채 기분 좋은 고민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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