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이 많은 사람

대청소

by최진영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오랜만에 찾아온 휴가~


사부작사부작 집안일을 하나씩 하다 보니 어느새 대대적인 집청소가 되고 있었다.


참 집안일이라는 게 하나 하면 다른 게 보이고

또 하나 해치우고 나면 다른 게 보인다.

'나중에 해야지' 하고 눈 한번 질끈 감으면 되는데

한번 눈에 뜨인 일은 계속 눈에 밟힌다.

그래서 그냥 하고 마는 것이다.


일단 밀린 빨래를 개고, 세탁기를 돌리고 건조기를 돌려서 다시 빨래를 갠다.

세상 편해진 것이 세탁하고 바로 건조가 된다는 거다.

건조기를 돌리는 동안에는 아침 설거지를 하고,

싱크대 밑에 어디서 튀었는지 얼룩을 발견.. 청소기를 돌린다.

강아지를 키우는 우리 집엔 스팀청소기가 산다.

이 녀석도 일을 참 잘하지만, 아직 물걸레질은 나에 비해 하수다.

여하튼 스팀청소기 한번 돌리고 구석구석 남은 때는 손걸레질로 마무리한다.


신랑은 실내슬리퍼를 잘 신지만

나는 결혼하고 나서 첨으로 실내에서 슬리퍼를 신다 보니 어색해서 잘 신지 않는다.

그래서 더 잘 안다.

청소 전과 후의 발바닥의 느낌을~


스팀청소기로 돌리고 나면 발바닥에 닿는 감촉이 보송하다.


강아지가 살지만 강아지가 살지 않는 듯 개운한 바닥이다.


스팀다리미를 꺼내서 빨래를 개기 시작한다.

건조기에 넣은 빨래는 주름이 많다. 수건, 속옷, 티셔츠 가릴 것 없이 다림질을 한다.

스팀다리미라서 열이 세지 않아 좋다.


미뤄두었던 작은 방도 정리한다.

신랑은 옷을 아무 데나 벗어놓는데 작은 방 바카라상과 의자 위에 잔뜩 옷을 벗어두고서는

작은 방이 정리가 안되어있는 것 같다며 언제 한번 치워야겠다고 한다.

하나 둘 옷을 정리하고 주변 잡동사니를 정리다 보니 남편옷이 80%다.

작은 방도 정리 후에 스팀청소기를 돌렸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콘센트를 정리한다.

뱀처럼 여기저기 얽혀있다. 겨우내 히터랑 가습기를 돌리다 보니 높은 전력의 콘센트가 필요했는데,

요즘은 필요 없으니 다 빼서 상자에 넣어둔다.

또 찾을지 모르니 잘 보이는 곳에 두고,

드라이기는 화장대 위로 잠시 피신해 놓고 바닥을 청소하니

새 방(?)이 되었다.

작은 방 행거에 맘대로 걸려있는 겨울옷을 옷방으로 옮기고 입는 옷만 예쁘게 걸었더니

훨씬 방이 상큼해졌다.


지난번 청소 때에는 손님방 겸 창고로 쓰려던 방을 다 정리하고 라꾸라꾸침대를 이쁘게 창가에 세팅했는데,

청소한 후의 깔끔한 방과 바닥은 볼 때마다 기분이 좋게 한다.


이사 온 지가 반년이 지나서야 이제 집 같은 모습이 된 것 같아 머쓱하다.


'맞벌이 집이 다 그렇지 뭐.. ' 하면서도

깨끗하게 정리된 집이 마냥 기분 좋다.


청소 후에 소파에 누워 집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월세이긴 하지만

이 집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집에 맞게 구매한 가구들이 조화롭고

햇빛이 잘 드는 밝은 집이 한없이 따스하다.


전에 살던 집은 개천 근처였는데,

산바카라로는 좋았지만 습하고 그늘졌었다.

곰팡이와 매일 싸움하던 그늘지고 서늘한 집이었는데

지금 이사 온 집과는 완전 극과 극이다.


시어머니도 엄마도 그리고 언니도

우리가 월세 사는 것을 엄청 걱정하신다.

'집을 사야지~' 월세가 너무 아깝다고...


전에는 전세였는데, 지금은 월세다.

어찌 보면 더 못살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월세- 전세- 자가로 등급을 나눈다면 말이다.

나도 예전엔 그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내 마음은 이 집에서 좀 더 오래 살고 싶다.


신랑은 또 좋은 집 구할 수 있을 거라 하지만,

하나하나 내 손으로 꾸민 집이라 그런지 애착이 생기나 보다.

그리고 청소할 맛이 나는 집이랄까? ㅋ


미래를 위해서 준비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것 또한 그만큼 중요한 거라고 생각한다.


예전의 나는 뭘 사도사도 맘이 허전했고, 늘 부족한 마음이었는데,

지금의 나는 마음이 많이 부유해졌다.

하루하루 눈뜨는 것도 행복하고

강아지와 산바카라도 행복하고,

잠꼬대하는 남편도 사랑스럽다.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시선이 바뀌면

삶에 대한 자세도 바뀌는 것 같다.


청소하나로도 마음이 더 부자 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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