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일이 원래 재미없다는 오래된 거짓말

byDataSopher

일이 원래 재미없다는 말은 재미없는 일을 만든 사람들이 가장 오래 성공시킨 변명이다.




회사에서 “일이 재미없다”고 말해보라.

높은 확률로 비슷한 대답이 돌아온다.


“돈 받으면서 재미까지 찾으려고 해?”


이 한마디는 제법 단단하다.

더 대꾸하기 어렵게 만든다.

월급을 받는 순간 지루함과 무의미함까지 근로계약서에 포함된 것처럼 느껴진다.


일을 즐기고 싶다는 사람은 철없는 이상주의자가 되고, 견디는 사람만이 성숙한 온라인 게임인으로 인정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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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이상한 훈련을 받았다.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남겨두고, 돈을 버는 일은 참고 견디며, 진짜 인생은 퇴근 후에 시작된다고 믿는 훈련이다. 출근해서는 시간을 팔고, 저녁이 되어서야 자신을 되찾는다.


그런데 정말 인간은 원래 일하기 싫어하는 존재일까.


게임을 시작한 사람은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밤새 어려운 문제를 푼다.

러닝을 좋아하는 사람은 돈을 받기는커녕 돈을 내고 고통을 견딘다.

목공을 배우는 사람은 손에 굳은살이 생겨도 다시 나무를 깎는다.


누군가는 작은 식물을 키우기 위해 매일 흙의 상태를 살피고, 아무도 읽지 않을지도 모르는 글을 며칠씩 고친다.


인간은 노력 자체를 싫어하지 않는다.

내 노력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상태를 싫어한다.




일은 언제부터 시계에 붙잡혔을까


산업화 이전의 노동이 언제나 낭만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농사와 수공업 역시 고되고 불평등했다.

일의 리듬은 지금과 달랐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 계절, 해야 할 과업에 따라 노동이 움직였다.


역사가 E. P. 톰슨은 산업자본주의가 확산되면서 노동의 기준이 ‘해야 할 일’에서 ‘사용한 시간’으로 옮겨갔다고 분석했다. 사람은 작업을 마친 존재가 아니라 정해진 시간 동안 통제되어야 하는 노동력이 되었다. 공장의 시계는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인 동시에 사람의 몸을 생산 일정에 맞추는 장치가 되었다.


그 흔적은 지금도 남아 있다.


오늘 해결해야 할 문제보다 몇 시에 출근했는지가 중요하다.

제대로 된 결과보다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모습이 성실함의 증거가 된다.

보고서를 왜 만드는지는 흐릿하지만 마감 시간은 선명하다.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바꾸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회사에 붙잡혀 있었는지로 평가받는다.


이때 일은 창조에서 복역으로 변한다.




재미는 웃음이 아니라 작동감이다


회사들이 일의 재미를 오해할 때가 있다.


간식을 채우고, 회식을 열고, 사무실에 게임기를 들여놓는다.

조직문화 담당자는 즐거운 표정의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회의에서는 아무 결정도 내릴 수 없고, 새로운 의견을 말했다가 일만 늘어나며, 잘한 사람에게 더 많은 업무만 돌아간다면 그곳의 일은 여전히 재미없다.


재미는 웃고 떠드는 분위기가 아니다.


내 판단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감각이다.


심리학의 자기결정성이론은 인간의 내적 동기와 성장을 위해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능력이 발전하고 있으며 다른 사람과 의미 있게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때 사람은 행동에 더 깊이 참여한다.


반대로 방법을 선택할 권한도 없고 실력이 나아지는 느낌도 없으며 내 일이 누구에게 어떤 변화를 만드는지도 모른다면 사람은 쉽게 무기력해진다.


그런 사람을 보고 회사는 말한다.

“요즘 직원들은 열정이 없어.”

하지만 어쩌면 열정이 없어진 것이 아니다.

열정이 작동할 통로가 막힌 것이다.




우리는 일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싫어한다


Gallup이 2026년에 발표한 세계 온라인 게임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에서 업무에 몰입한 직원은 20%에 불과했다. 다섯 명 가운데 네 명은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일에 충분히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Microsoft가 분석한 현대 지식노동자의 하루는 더 기묘하다.

핵심 업무시간에 회의, 이메일, 알림으로 방해받는 간격이 평균 2분에 한 번꼴이었다.

사람들은 하루 종일 바빴지만 하나의 문제에 오래 머무를 기회는 얻지 못했다.


이런 환경에서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의지 부족을 말하는 것은 잔인하다.


계속 흔들어놓고 왜 맑아지지 않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


우리가 싫어하는 것은 일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잘해도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 수 없고,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결정할 수 없으며, 하루를 다 써도 완성한 것이 남지 않는 방식으로 일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다.


힘든 일과 재미없는 일은 다르다.


힘든 일에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정상에 가까워지는 감각도 있다.

재미없는 일에는 산이 없다.


안개 속에서 같은 자리를 빙빙 돌 뿐이다.




일은 재밌어야 한다


이 말은 회사가 매일 즐거운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일에는 반복도 필요하고, 바카라임도 따르며, 때로는 하기 싫은 일을 끝까지 해내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도 지겨운 날은 반드시 온다.


그러나 힘든 순간조차 내가 무엇을 해결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내 판단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일을 마쳤을 때 세상 어딘가가 아주 조금이라도 달라져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일의 재미다.


재미없는 일을 오래 한다고 해서 사람이 단지 심심해지는 것은 아니다.

질문을 멈추고, 판단을 포기하고, 마침내 자신의 능력을 실제보다 작게 믿게 된다.


나는 “일이 원래 재미없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재미없는 것은 일의 본성이 아니다.

대부분은 일을 재미없게 만들어놓은 구조의 결과다.


월요일이 싫은 것이 당신의 본성이라고 단정하지 말자.


당신은 일하기 싫은 사람이 아니라, 어쩌면 지금까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방식으로 일해온 사람인지도 모른다. 개인의 의지만으로 고쳐야 할 결함이 아니다.


우리가 함께 다시 설계해야 할 문제다.



지금까지 했던 일 가운데 가장 재미있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그 일이 쉬웠기 때문이었나요. 아니면 어렵더라도 내 판단과 노력이 결과를 바꾸고 있다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었나요.




자료와 출처

Gallup, State of the Global Workplace 2026: 2025년 세계 직원 몰입도 및 온라인 게임 웰빙 조사.

Microsoft WorkLab, Breaking Down the Infinite Workday: Microsoft 365 업무 신호를 바탕으로 분석한 현대 지식노동의 분절 현상.

Richard M. Ryan·Edward L. Deci, Self-Determination Theory and the Facilitation of Intrinsic Motivation, Social Development, and Well-Being: 자율성·유능감·관계성과 내적 동기에 관한 연구.

E. P. Thompson, Time, Work-Discipline, and Industrial Capitalism: 산업화 과정에서 과업 중심 노동이 시간 중심 노동으로 변화한 과정을 분석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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