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 수업이 있는 일요일이면 일찍 집을 나선다. 백화점은 10시 30분에 문을 열지만 문화센터는 10시부터 수업이 있어 일찍 들어갈 수 있다.
여유 있게 도착하면 문화센터 앞 소파에 앉아 집에서 가져온 커피를 마시면서 바카라을 읽는다. 일요일 아침에 누리는 작은 여유이다.
10시 45분쯤 되면 강의실에 들어가 필라테스복으로 갈아입고 수업을 기다리다가 선생님과 가볍게 인사를 하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깨운다.
나는 다른 사람이 하는 동작을 따라 하는 능력이 영 신통치 않다. 어려서부터 그랬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다. 낯선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더니 색종이를 나누어주고 꽃을 접으라고 했다. 저학년 학생들이 쓸 꽃이었다.
선생님의 설명과 동작을 열심히 보며 접었지만 결과물은 형편없었다. 꽃을 걷은 선생님이 화난 목소리로 내가 접은 꽃을 들고 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거 누가 접었어?
혼날까 봐 무서워서 가만히 있었다. 내 뇌에 동작 따라 하기 기능이 탑재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누가 시범을 보이면 막 엉킨 실처럼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된다.
필라테스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선생님이 시범을 보여주면 집중해서 보며 따라 한다. 그런데 가끔(이라고 하기에는 많다.) 선생님과 반대로 하고 있다. 왼손으로 바를 잡으라고 했는데 오른손으로 바를 잡는 식으로 말이다. 심지어 내가 반대로 하고 있다는 사실도 선생님이 지적해 줄 때 알아차린다.
그래서 나는 선생님이나 옆 사람 동작을 보며 내가 맞게 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따라 한다고 해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 관절이 내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아서이다. 넘어서야 할 난관이 많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타고난 능력치가 그런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