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떠나는 남미 여행기
우유니의 새벽을 보러 가기 전날, 저녁은 콜롬비아 분들과 함께 먹었다. 스페인어만 쓰시는 분들 사이에 있다가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팀으로 옮기기는 했지만, 식당 자리가 한쪽은 여섯 자리, 다른 쪽은 네 자리로 되어 있어서 밥은 다시 이쪽에서 먹게 됐다. 뭐, 난 좋았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는 하나도 모르겠지만 분위기도 좋고 다들 친절하셨으니까.
여기 투어는 밥이 참 잘 나온다. 죽인지 수프인지 모르겠는 음식이 이틀째 나왔는데, 이게 참 맛있었다. 이름을 알아 두면 좋으련만 먹을 때마다 맛있다는 생각만 하고 끝났다. 이날 저녁에는 소시지와 감자, 그리고 정체를 모르는 것들이 나왔다. 뭔지는 몰라도 맛있어서 여러 번 가져다 먹었다. 하…… 배불러.
함께 하는 마지막 저녁 식사라서 그런가, 와인도 나왔다. 볼리비아에서 나오는 콜베르그 틴토 클라시코라고 했다. 약간 세고 톡 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솔직히 나는 술을 즐기지는 않아서 와인 맛은 잘 모른다. 이날도 그냥 주시는 대로 마셨다.
식당에서는 아주머니들 덕분에 눈물이 나도록 웃었다. 특히 파마한 아주머니가 전날 씻은 이야기를 꺼내실 때는 얼마나 웃겼는지. 샤워기 물 온도를 맞추기가 너무 힘들어서 겨드랑이와 중요 부위만 씻으셨다고. 그런데 그걸 굳이 동작까지 곁들여 설명해 주셨다. 말만으로도 충분했는데 시범까지 보여 주시니, 눈물을 훔칠 수밖에.
그 와중에 예순일곱 살이라고 하신 분은 내 바람막이를 탐내시기도 했다. 나는 나이키 바람막이를 입고 다녔는데, 실내에서는 반바지에 바람막이를 걸치고 돌아다니는 바람에 사람들이 기겁을 하곤 했다. 아무래도 실내라 해도, 쌀쌀했던 탓이겠지. 아주머니는 그 모습을 보시더니 그 옷을 사고 싶다고 하셨다. 내가 추위를 안 타는 이유가 아무래도 그 바람막이에 있는 것 같다면서.
이변 숙소는 다행히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해 주었다. 잡히는 와이파이가 두 개였는데, 하나는 아예 답이 없고 다른 하나는 그나마 연결될 기회라도 있었다. 그런데 그 기회 있는 놈이 스타링크였다! 오, 이걸 진짜 쓰는구나. 이름만 들어 봤던 것을 볼리비아의 숙소에서 만나니 새삼 실감이 났다. 물론 스타링크라고 해서 내가 원하는 만큼 시원하게 터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어디야.
다음 날 새벽에는 드디어 우유니의 아침을 보러 갔다.
아직 하늘에는 조각난 달과 별이 남아 있었다. 그 아래로 여명이 번지기 시작했다. 짙은 파란빛을 바탕으로 보라색과 주홍빛이 차곡차곡 쌓였다. 어디까지가 밤이고 어디서부터 아침인지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하늘. 보고 있는 동안에도 하늘의 색이 변해갔다. 아침이 이렇게 오는구나 싶었다.
밝아지면서 눈에 들어온 풍경은 좀 희한했다. 우유니 사막에 왔는데 아래에는 눈이 깔린 것처럼 온통 하얗고, 정작 우리가 서 있는 곳은 선인장으로 가득한 돌산이었다. 사막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모습이 내 발밑에만 모여 있는 것 같았다. 선인장과 돌, 그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하얀 바닥. 눈이 아닌 줄 알면서도 자꾸 눈처럼 보였다.
이곳은 우유니 한가운데에서 사람들이 쉬어 가는 공간이라고 한다. 입장료는 30볼리비아노. 우유니를 완주하려면 7일이 걸린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고 있으니 일단 엄청나게 크다는 것만은 알겠다. 그래도 7일이라니. 어메이징…….
우기였다면 저 하얀 바닥에 물이 고이고 하늘이 비쳤을 것이다. 사진에서 보던 우유니처럼. 다들 우유니 하면 떠올릴 모습처럼. 하늘이 위에도 있고 아래에도 있는 풍경. 그걸 직접 봤다면 또 얼마나 신기했을까.
하지만 지금도 나쁘지 않았다. 하얀 소금벌판 덕분에 하늘의 색이 더 잘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보라색과 주홍빛이 조금씩 옅어지고, 선인장이 선 돌산에도 아침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