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맥주를 마시면 몸치도 춤을 춘다

여자 혼자 떠나는 남미 여행기

by밍이

라마 냄새는 말 냄새와 비슷하다. 정확히는 똥 냄새가 비슷한 걸까. 눈앞에는 라마가 있는데 어쩐지 말 근처에서 맡았던 냄새가 난다. 킁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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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를 따라 이동하다 보니 주변에 보이는 돌의 색이 조금씩 달라졌다. 이번에는 데이터가 터지는 곳에서 미리 GPT로 설명을 들었었는데, 정말로 GPT 말대로 처음에는 붉은색이던 돌들이 갈수록 검은색이 되어가는 것 아닌가! 솔직히 GPT가 이것까지 알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알고 있었다. 똑똑한 녀석……. 그냥 돌이네, 하고 별생각 없이 지나쳤을 풍경인데 알고 보니까 신기했다. 붉은빛은 돌에 들어 있는 철 성분이 산화하면서 생긴다고 한다. 철이 녹슬면 붉어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검은 돌은 다른 철 성분 때문이라는 설명도 들었는데, 정확히 어떤 광물인지는 모르겠다. 돌의 색깔이 들어 있는 광물이나 만들어진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니, 나중에 갈 비니쿤카도 이런 원리로 만들어졌을까 궁금해졌다.


가는 길에는 고깔처럼 길쭉한 모자를 쓰고 얼굴을 가면으로 가리는 민족 이야기도 들었다. 내가 스페인어를 하나도 하지 못하니, 같은 팀인 이탈리아 부부가 간단하게 통역해 주어서 덕분에 조금씩은 이해할 수 있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셀크남족의 ‘하인(Hain)’이라고는 하더라.




그렇게 이동하다 맥주를 마시러 들른 곳이 훌라카(Julaca)였다. 볼리비아의 고원 지대인 알티플라노에 있는 작은 마을로, 해발 약 3,600m에 철길이 지나고 우유니 투어 차량들이 쉬어 가는 곳이라고 한다. 작은 가게에서는 퀴노아로 만든 맥주도 팔았다. 그게 또 명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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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노아 맥주가 더 유명하지만, 난 도수가 좀 있다고 해서 다른 걸 골랐다. 이곳에서는 퀴노아뿐 아니라 코카나 선인장을 넣은 맥주도 판다고 했다. 처음 보는 맥주가 많아서 고르는 것부터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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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른 것은 칵투스(선인장) 맛이었는데, 잔에 따르고 보니 맥주가 초록색인 거다. 병만 초록색인 줄 알았는데 술 자체가 초록색이라니!

다른 사람들이 자기 것도 마셔보라며 권해서 한 모금씩 맛봤는데, 칵투스 맥주는 빨간색도 있었다. 그런데 어, 빨간색이 더 맛있잖아! 이걸로 고를걸. 맥주 색이 초록에 빨강이라니, 번갈아 마셔보면서도 너무너무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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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 사람들 참 흥이 많다. 맥주를 마시다 보니 다들 설렁설렁 몸을 흔들길래, 나도 어설프게 몸을 움직였다. 다만, 내가 절벽을 오르내리는데 고통스러워했던 것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지독한 몸치. 춤을 추는 건지 그냥 리듬을 타는 건지 나도 모르겠는 동작을 하고 있었는데, 어제 같은 팀이었던 사람이 와서 동작을 알려줬다. 몸을 돌리고, 한쪽 발을 쿵쿵 찍어가며 리듬감 있게……. 하지만, 내 몸에는 리듬감이 없는걸! 알려주니까 내 몸이 내 것 같지 않고 더 어색해졌지만, 그래도 같이 따라 해 봤다.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이탈리아 가수 이야기도 나왔다. 이름이 무슨… 버니? 호주까지 갔고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데, 죄송합니다. 잘 몰라요. 다들 유명한 가수라고 이야기하며, 아직 한국까지는 안 갔다고 하면서 웃었다. 다들 아는 것 같은데 나만 처음 듣는 표정으로 눈을 끔뻑였다.

그렇게 웃고 떠들다가 이탈리아 부부가 퀴노아 맥주도 맛보라며 건네줬다. 처음에 고를까 말까 했던 맥주라 궁금해서 한 모금 마셔봤는데, 음…… 내 취향은 아니었다. 약간 일반 맥주에 위스키를 탄 느낌이랄까. 실제로 위스키가 들어 있다는 건 아니고, 내 입에는 그랬다. 이것저것 마셔봐도 역시 나는 빨간 칵투스가 제일 좋았다.


가게 근처에서는 다른 업체 투어로 온 사람들이 마을 아이들과 축구를 하고 있었다. 맥주를 마시면서 그쪽을 구경하는데, 다 큰 어른들이 아이들 골대에 골을 넣더니 서로 배를 부딪치며 “쑤우!” 하는 거다. 아니, 상대가 애들이잖아요…….

옆에서 보던 이탈리아 부부 중 아내도 아기들 이겨 놓고 좋아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골 넣었다고 저렇게 좋아할 일이냐고. 그래도 다 같이 뛰고 웃는 걸 보고 있으니 나도 자꾸 웃게 됐다. 어설픈 춤도 추고, 서로 맥주도 맛보라고 건네고, 아이들이랑 축구하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낭만.


그렇게 이제 우유니에 도착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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