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때나 전화해 뉘른베르크에서 온 통영 여자의 50대 청춘 드로잉 에세이 ep.98 아무 때나 전화해 아무 때나 전화 와서 뭐 하냐고 묻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나는 정말 사소한 일을 하던 중이라고 답하리라. 어제는 뭘 했는지, 내일은 뭘 할 건지도 물어 봐주는, 그게 아침이든 밤이든 아무 상관없는 그런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과 늘 대화를 하면 마음의 병이 안 생긴다. 있던 병도 괜찮아질 것 같다. 그런 친구는 단 한 사람이면 된다. 이제는 친구에게 더 배울 지혜도 없고 어떻게 살아갈지 해답을 들을 일도 없다. 그저 무슨 반찬과 밥을 먹었는지 알고 싶다. 오늘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잠은 잘 잤는지 굳이 중요한 사항이라면 새로 생긴 맛집에 같이 가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 더 젊은 날은 까칠하고 예민한 여자였다. 아마 나는 가까이 와서 허물없이 지내기에 너무 어려운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걸 나만 모르고 살았지 않나 싶다. 친구야, 내 안에 아무리 다 퍼주어도 바닥나지 않을 우정이 말도 못 하게 많이 쌓여 있다는 것을 알기를 바란다. 혼자 있어야 공부도 하고 일도 하니까 혼자 다 보낸 젊은 시간들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친구를 만나서 같이 밥을 먹고 자잘한 일상의 수다를 떠는 일이 늘 많이 하고 싶었던 대단한 일이었다고. 지금은 친구 같은 남편 마박이가 있 다. 거짓말은 되도록 하지 않고 모든 것을 얘기한다. 어제 뭐 했고 오늘 뭐 하고 내일 뭐 할 건지 깜빡하고 잊지 않은 이상 다 얘기한다. 그래서 마음이 많이 건강한 사람이 되었다. 사는데 속걱정이 없다 보니 배가 자꾸 나오기는 해도. 생존을 위해서도 친구가 필요하다. 먹을 것이 없어 죽는 사람은 없어도 친구가 없으면 외로워 죽는다. 모든 것을 다 가져도 혼자 행복한 사람은 없다. 내게 오는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아직 많은 사람들을 친구로 만나고 싶다. 이제 다시 독일로 가면 여느 날 뉘른베르크의 페그니츠 강이 흐르는 작은 카페에 또 홀로 앉아 친구얼굴을 살뜰히 그리워하게 되겠지. 친구야, 아무 때나 전화해. #50대청춘드로잉에세이 #하루한편 #독일통영댁 #요즘에국제전화무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