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고 위대한 쓸모 뉘른베르크에서 온 통영 여자의 50대 청춘 드로잉 에세이 ep.91 하찮고 위대한 쓸모 식당에 갔을 때 첫인상은 어떤 물을 내주는 가다. 한국에서 최근에 간 식당은 끓인 차 같은 것을 적당한 온도로 식혀 스테인리스 보온 주전자에 담아주는데 안심하고 마실 수 있고 원하는 만큼 또 마실 수 있었다. 손님이 마실 물부터 정성을 들이는 가게의 음식은 더 따져볼 것도 없다. 그런 집은 대체로 음식 맛도 좋다. 독일 식당에 가면 물을 주지 않는다. 돈 주고 사 먹어야 된다. 공짜로 주는 물은 수도꼭지에서 나온 물이다. 뜨거운 물 한 잔과 미네랄워터를 시켜 미지근한 온도로 섞어 마신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미래에는 물을 사 먹는다고 해서 큰 충격을 받았는데 독일에서 물을 시키면 이 뜨거운 수돗물을 주는 것도 너무 불친절해서 진짜 충격받는다. 이 지역 프랑코니아 사람들은 우리 토영사람처럼 마음은 안 그렇다는데 평소에도 화가 많이 난 얼굴을 하고 있고 한번 더 시키면 죽여버리겠다는 표정으로 짜증스럽게 물 잔을 테이블에다 집어던져 버리고 간다. 이런 걸 겪고 살다가 교토에서 물을 시킨 경험은 큰 감동이었다. 뜨거운 물을 부탁하면 어느 정도 뜨거운 물을 원하는지 귀찮을 정도로 자세하게 물어보고 어떤 곳은 찬물을 같이 주면서 원하는 정도로 직접 섞으 라고 두 잔의 물을 주기도 했다. 나중에도 온도가 괜찮은지 다시 와서 물어봐줘서 나 같은 사람은 그런 배려가 얼마나 고마운지 . 올해부터는 물은 미리 원하는 온도로 섞어 150ml짜리 보온병에 넣어 항상 가지고 다닌다 . 종이컵 한 잔의 물이 들어가고 가벼워서 작은 가방에 쏙 넣고 다니며 가는 곳에서 수시로 리필해 마신다. 나에게는 생명수다. 위급시에 위산을 희석시키는 구급약이고 틈틈이 목을 더 자주 축이고 수시로 깜빡한 약을 챙겨 먹을 때도 유용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에구 이 작은 보온병을 어디다 써? 소꿉장난 할 거야? 했는데 하찮지만 나에게는 위대한 쓸모가 생겼 다. 미니보온병이 이 세상에 꼭 필요하다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서 덕분에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되었 다. #50대청춘드로잉에세이 #하루한편 #독일통영댁 #시어머니도꼭필요하다고해서사드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