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357번째 사람이 기다렸다

동대문구 구청 대기 번호표 발급기 · 오전 10시 44분

by소하
357번이 나왔다. 종이 한 장이었다.

번호표를 뽑는, 종이가 뜯어지는 소리가 났다. 손이 번호표를 가져갔다. 이 발급기가 기억하는 것은 오직 그 손들, 번호표를 뽑는 손들의 온도와 방식이다.


오전 열 시 사십사 분이었다. 오늘 정확히 357번째 손이었다.


이 구청은 아침 아홉 시에 문을 열었다. 한 시간 사십사 분 동안 1번부터 356번까지 손이 차례로 번호표를 뽑았고, 그다음 357번이 왔다. 번호표를 뽑는 방식이 있었다. 화면에서 어떤 업무로 왔는지 메뉴 버튼을 먼저 누르는 방식이었다. 오늘 357번의 손은 세 번째, 주민등록 관련 버튼을 눌렀고, 곧 번호표가 나왔다. 손의 온도가 있었다. 바깥에서 왔거나 로비에서 오래 기다렸는지 차가운 손이었다. 버튼을 누를 때도 그리 빠르지 않았다. 메뉴를 확인하며 선택하기 전에 잠깐 멈췄다.


오늘 이 발급기를 거쳐간 손들이 있다.

아홉 시, 문이 열리자마자 온 손들이 있었다. 이미 알고 온 손들이라 유독 빨랐다. 메뉴를 보지 않고 바로 눌렀는데, 오늘 처음 온 것이 아닌 손들이었다. 아홉 시 삼십 분부터 손들이 더 많이 왔다. 처음 오는 손들이 많아지며 속도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무슨 업무인지 몰라 메뉴 앞에서 오래 서있다가 화면을 한참 보고 누르는 손들, 번호표가 나오는 구멍을 몰라 찾지 못하는 손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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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데이』작가에서 예술심리치료 전문가로, 감정을 굽고, 마음을 다루는 작가: 소하(素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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