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정신없이 지냈다. 연구도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새로 시작해야 하는 연구 세팅도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종종걸음. 글쓰기는 언제나 마음 한편에 있지만 우선순위는 아닌 일이 되어 버렸다. 그렇지만 또 약간은 생존(?)과 연결된 일이기도 하다. 결국에는 쓰지 않으면 스스로가 터져버릴 것 같은 순간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런 용도의 글은 절대 인공지능이 해줄 수 없는 일일 터다. 내 마음의 안정과 해소를 위한 글쓰기를 인공지능이 대신 써줄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사실 매일, 쓸거리는 넘쳐난다. 매일이 챌린지라서 ㅎㅎ 그럼에도 글을 쓸 조금의 짬도 내지 못한 채 하루가 다 가버리고는 한다. 지금의 시절이 그런 걸 거야, 즐기자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럼에도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가 더 소중하다. 얼마 전에 친구에게 휴대폰을 내다 버릴까 보다고 하소연했다. 휴대폰이 내 시간과 수면과 삶의 질을 앗아가는 것 같다고. 어제는 그래도 제법 잔 것이, 휴대폰이 방전 직전이라 충전을 하느라 덕분에 휴대폰을 보지 않고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게다가 밀렸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되었다. 팟캐스트 여둘톡 이번 에피소드도 릴스와 쇼츠에 관한 것이었다. 아직 다 못 들었지만. 비단 나뿐이 아닌지, 모두가 휴대폰을 보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스스로를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오늘 아침 출근도 쉽지 않았다. 일단 일찍 일어나지 못해, 아이를 겨우 깨워서, 옷을 부랴부랴 입히고, 양치하고 유산균 먹이고, 차에서 먹일 사과 손질하고, 후다닥 내 옷을 입고 양치하고, 아이를 재촉해서 나왔다. 카시트에 앉히고 운전석에 앉히니 아이가 노래를 틀어달란다. 아 ㅜ 휴대폰이 없다. 아이 덕분에 휴대폰이 없는 것을 알아서 다행인데도, 휴대폰을 두고 온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나고, 아직 어린아이를 차에 두고 올 수가 없어서, 아이를 다시 내리고 걸려서 집에 돌아온다. 오는 길에 벽에 손을 문지르는 걸 못하게 하니, 계속 더 하는 아이. 집에 와서 휴대폰을 챙기고, 아이 손을 닦이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엘리베이터는 고층으로 올라가는 중.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달라고 아이에게 부탁했는데, 어물어물하길래 내가 눌렀더니, 자기가 해야 하는데, 내가 눌렀다며 바닥에 울며 주저앉는다. 하아. 우리 층에 도착했지만 우리는 탈 수가 없다. 먼저 가세요라 말하고, 다시 아이 손을 닦인다. 아이가 다시 버튼을 누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차로 가는 내내 징징. 나는 아이에게 실망했다며(이 말 아이에게 처음으로 했다) 사과하라고 으름장.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 해진다. 시원한 차에서 마음을 다시 진정하고, 유치원으로 향한다.
아이의 우는 소리가 몇십 분간 멈추지 않고 이어질 때, 가장 힘이 든다. 소리가 이렇게 중요하구나를 새삼 깨닫는다. 우는 소리가 쟁쟁 머릿속을 울리며, 조금도 생각을 할 수가 없고, 정신은 아득해지고, 우울감이 밀려온다. 하지만 나는 엄마고, 아이에게 제대로 된 훈육을 해야 하며, 유치원에 안전히 데려다주어야 한다. 유치원에 도착해서, 엄마는 너를 너무 사랑하지만, 오늘 같은 태도는 용납될 수 없다고 다시 설명하고, 선생님과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출근시간 5분 전 도착 완료. 보통은 20분 전에 도착하는데, 요즘은 계속 5분 전이다. 아침마다 전쟁. 내가 제대로 못 가르치는 것일까 이런 고민. 같이 많이 놀아주지 못하니, 자연히 아이는 아침에 같이 놀자, 바카라 읽자를 많이 원하고, 유치원에 도착해서도 조금 천천히 걸어서 멀리 돌아 원에 가기를 원한다. 계단으로 가자면, 거기로 가면 너무 가까워하며 거절한다. 오늘은 급해서 그마저도 계단으로 갔다. 사실 다 내 잘못이다. 내가 건강하고 피곤하지 않아서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아이도 미리미리 깨우고, 아침을 먹이고, 데려오면 되는데, 다 내 체력이 부족한 탓이다. 아침은 꼭 먹이려고 하는 편인데, 오늘은 겨우 사과만 먹였다. 오늘은 늦어서 사과만 차에서 먹자니 배고프다고 아침 먹고 간다고 난리. 주면 반도 안 먹으면서 말이다.
오늘의 하소연. 그나마 급한 불을 끄고, 하소연의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감사.
요즘 본 것에 대한 이야기도 남기고 싶다. 지금 가장 보고 싶은 영화는 <오디세이>다. 아이맥스로 보고 싶지만 예약이 쉽지 않단다. 물론 일반 상영도 언제 볼 수 있을지 기약이 없지만. 크리스토퍼 놀란과 맷데이면, 샤를리즈 테론의 내한으로 국내의 영화 관련 매체들이 모두 그들의 인터뷰를 다루고 있어서, 평소 구독하는 채널들의 인터뷰를 모두 봤다. 천재이승국, 재재의 문명특급,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씨네 21 박찬욱감독과의 대담까지. 같은 영화, 같은 사람에게 하는 인터뷰어별로 질문의 방식과 태도, 내용이 다르고 특색이 있어서 재미있었다.
오늘 아침 침대에서 본 릴스? 에서 인상적인 것 중 하나. 발레리나 김주원님의 인터뷰 였는데, 그 가만히 들으면서. 발레라는 것이 언어가 없이 오로지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고, 정해진 형식과 틀에 몸을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훈련하고 뼈를 깎아내는 작업이라는 것, 조용히 미친 자만이 그 수행을 계속해나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내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때로는 어떤 제약이, 오히려 창의성과 집중력을 독려하는 장치일 수 있겠다는 지점이다. 오로지 몸이라는 한계가, 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장이 된다는 것. 또 정해진 틀 속에서 그에 맞추기 위해 고도로 훈련할 때에만 생기는 집중력 같은 것들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내게 주어진 제약들도, 그렇게 받아 들 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른다. 불평하기보다 방법을 찾을 것. 물론 그 모든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사실 하루에도 이런저런 생각들이 너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이렇게 몇 자라도 남기면 휘발되지 않을 텐데. 참 몇 자 적어내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런 채널이 있고, 쓸 수 있고, 한두 사람이라도 읽으며 공감하게 된다면 기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