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 망원경의 '아테나' 관측
허블 망원경이 지난 9월 19일, 지구를 20만 바퀴째 돌았다. 거리로는 대략 80억 km 이상 움직였는데 그 모든 것이 36년 동안 한 일이다. 오랫동안 지구의 눈이 되어준 이 망원경이 최근에는 '아테나'라는 초신성의 빛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까지는 그냥 유명한 망원경이 또 뭔가 관측하는 이야기인 것만 같다.
하지만 ‘아테나’에 대해 알면 약간 생각이 달라진다. 사실 아테나는 이미 관측된 초신성이다. 먼 과거에 별이 폭발했고, 그때 출발한 빛의 일부가 우리에게 도착했다. 그럼에도 허블 망원경은 같은 폭발에서 나온 빛을 다시 보려고 기다린다. 한마디로 같은 과거를 두 번 보는 셈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아테나와 지구 사이에는 수많은 은하가 모인 거대한 은하단이 있다. 그 중력이 빛이 지나오는 길을 휘게 만든다. 그래서 같은 폭발에서 출발한 빛도 서로 다른 경로를 거쳐, 다른 시간에 도착하게 된다. 일명 ‘중력렌즈’ 효과다. 폭발이 다시 일어나는 것도,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도 아니다. 한 번 일어난 사건의 빛 일부가 이제야 도착하는 것이다.
사람에게도 같은 과거를 다시 보게 되는 순간이 있다. 사건은 그대로인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읽히는 사정들이 있어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육아를 하고 나서야 알게 된 친정 부모님의 마음이다.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자식 입장에서는 그렇게 듣기 싫었던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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