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내 몸이 먼저 받아 적는 편지

달라진 것을 알아채는 일이 곧 살아 있다는 증거

by조하나


가을이 왔다는 걸 나는 발가락 끝으로 먼저 알았다. 이불 밖으로 내민 발끝에 닿는 공기가 어제와 다르고, 열어둔 창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의 냄새가 어제와 다르다. 여름 내내 이른 새벽부터 나를 깨우던 햇빛은 이제 한 박자 늦게 걸어 들어온다. 그리고 그 빛은 조금 더 노랗다. 여름의 빛이 빳빳하게 다린 흰 셔츠처럼 곧고 날카로웠다면, 가을의 빛은 오래 입어 보드라워진 니트처럼 사물의 가장자리를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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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달라진 빛 속에서 한참 눈을 감고 누워 있는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다. 도시에서 계절은 달력과 쇼윈도가 전해 주는 소식이었다. 숲에서 계절은 내 몸이 먼저 받아 적는 편지다. 가을이 오면 인간의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촉각 가릴 것 없이 한꺼번에 살아 움직인다. 오래 닫아 두었던 가게의 셔터를 일제히 올리듯이.



가장 먼저 눈이 알아챈다. 잎은 어느 날 갑자기 물드는 법이 없다. 하루하루 조금씩, 그것도 아주 사소한 차이로 색을 바꾼다. 어제와 오늘의 잎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틀린 그림 찾기처럼 간신히 구분될 정도인데, 사나흘만 눈을 떼었다 돌아오면 숲의 표정이 통째로 달라져 있다. 같은 초록이라도 어제보다 채도가 빠지고 명도가 올라가 있다. 한 그루의 나무 안에서도 햇빛을 많이 받는 윗가지는 보란 듯 노랑으로 기울었는데, 그늘진 아랫가지는 아직 여름의 초록을 쥐고 놓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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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이 짧아지고 햇빛이 줄어들면 나무는 광합성을 멈추고, 잎의 엽록소는 파괴된다. 그제야 여름 내내 초록에 가려 있던 색이 모습을 드러낸다. 노랑과 주황은 새로 생겨난 색이 아니라 처음부터 잎 안에 있던 카로티노이드 계열의 색소다. 붉은빛은 사정이 다르다. 붉은 색소 안토시아닌은 세포 안에 당이 많을수록 더 많이 만들어지고, 선명한 붉은빛은 선선한 기온에서 광합성이 활발해야 나온다. 가장 화려하게 타오르는 잎이 하필 차갑게 식은 아침을 지나온 잎이라니, 나는 이 사실이 자꾸 마음에 남는다. 도시에서의 나는 늘 더 화려해지려 했고, 그러려면 식을 틈 없이 계속 타올라야 하는 줄 알았다. 숲속의 잎은 반대로 말한다. 선명한 붉음은 차가운 아침을 지나온 잎에게 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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