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베로그 ①

때론 직관적인 순위가 결정을 가장 쉽게 만듭니다

by기묘한
도쿄에서 밥 먹으며 공부합니다 — 3박 4일의 여행에서 발견한, 맛있는 한 끼 뒤의 비즈니스 이야기입니다.


출국까지 남은 2주, 매일 밤 잠들기 전 제가 한 일은 딱 하나였습니다. 타베로그를 열고, 지역을 고르고, '별점 순' 버튼을 누르는 것. 목록을 내려보다 눈에 띄는 점수가 있으면, 그 가게를 곧장 일정표에 옮겨 적었습니다.


여행 가실 때 계획을 세우고 가시나요? 아마 취향에 따라 갈릴 것 같은데요. 계획 없이는 불안한, 이른바 '대문자 J'인 저는 미리 일정을 짜 두는 편입니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시간 단위로 촘촘하게 짜지는 않아요. 큰 얼개를 잡고 예약이 필요한 것들만 먼저 정한 뒤, 나머지는 현지에서 꽤 즉흥적으로 정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타고난 성격 탓인지, 후보 리스트만큼은 길게 만들어 두곤 하지만요.


이번 도쿄 여행은 사실 오래전부터 구상해 온 것이었습니다. 여름휴가를 제대로 다녀온 지도 꽤 오래됐고, 8월 말과 9월 초에 저와 아내의 생일이 연달아 있어서 둘을 함께 기념하고 싶었거든요. 다만 회사 일정을 보며 마음 편히 다녀올 수 있을지 따지느라, 정작 비행기 표를 산 건 출발을 고작 2주 앞둔 때였습니다.


다행인 건 저와 아내 모두 도쿄에 다녀온 적이 있다는 점입니다. 작년 여름 무려 7박 8일이나 도쿄에 머무르며 꽤 구석구석 돌아다녔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여행 준비가 한결 수월했습니다. 우선 웬만한 곳은 이미 봤기 때문에 욕심이 없었습니다. 덕분에 3박 4일 동안 무리하지 않는 일정을 세울 수 있었고요. 작년에 직접 다니며 얻은 정보도 남아 있었습니다. 비행기 표에 이어 숙소도 작년에 무척 만족했던 도미 인 프리미엄 긴자로 곧바로 정할 수 있었죠. 무엇보다 타베로그의 존재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사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많은 시간을 쓴 건 식당 찾기였습니다. 작년 여행이 도쿄의 주요 미술관을 섭렵하는 '보는 여행'이었다면, 이번에는 철저히 '먹는 여행'으로 삼고 싶었거든요. 그러니 일본 최대 맛집 리뷰 사이트 타베로그가 든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의 모든 식당 선택이 타베로그에서 출발했으니까요.




맛집 정보는 현지가 더 정확합니다


여행을 가서 현지 맛집 정보 서비스를 이용해 보신 적 있나요? 제가 낯선 타베로그를 거리낌 없이 써 볼 수 있었던 건, 다른 나라에서 현지 리뷰 서비스의 도움을 받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십여 년 전, 대학생 때 미국에 갔던 일인데요. 친한 동생들과 탐방 공모전에 선발되어 떠난 여행이었는데, 탐방 준비가 우선이다 보니 여행 계획은 뒷전이었습니다. 다들 먹는 걸 좋아했지만, 식당은 미리 알아보기는커녕 이동 중에 그때그때 찾아야 할 때가 많았죠.


그때나 지금이나 가장 먼저 찾는 건 구글맵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던 차에 찾은 대안이 미국의 맛집 리뷰 서비스 옐프와 맛집 가이드북 자갓이었습니다. 구글맵 별점만으로는 좋은 가게인지 아리송할 때 옐프로 교차 검증하거나, 자갓 마크를 보고 무작정 들어가기도 했죠. 자갓은 우리나라의 맛집 가이드 블루리본 서베이를 떠올리시면 쉽게 감이 오실 거예요.


워낙 오래전 일이라 자세한 기억은 흐릿하지만, 동생들과 옐프와 자갓을 찬양하던 일만큼은 또렷합니다. 둘을 보고 고른 식당은 실패가 없었거든요. 네이버 블로그를 열심히 뒤져 고른 곳보다, 그 자리에서 현지 평가를 확인하고 들어간 곳이 더 만족스러웠던 거죠. 그때부터 현지에서 쌓인 평가를 믿고 참고하게 됐습니다.


택시 기사들이 꼽은 맛집, 시청 공무원들이 뽑은 맛집 리스트에 눈길이 가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겁니다. 그 동네에서 여러 식당을 다녀 본 사람이라면 믿을 만한 곳을 알려 줄 것 같으니까요. 다행히 일본에도 그런 도움을 줄 좋은 서비스가 있었던 거고요. 그런데 제가 타베로그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 건, 그동안 써 본 지도나 리뷰 서비스보다 식당을 고르는 데 유독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별점 3.5점만 넘어도 맛집이라고요?


평소 쓰는 배달앱 속 가게들의 별점, 믿으시나요? 그대로 믿기보다는 참고만 하는 분이 많을 것 같은데요. 제 경우에는 높은 점수를 받은 가게가 워낙 많아 차이를 가늠하기 어려웠습니다. 점수가 비슷비슷하니 별점만으로는 어디를 골라야 할지 알 수 없었죠. 오히려 5점 만점에 4점 후반대가 아니면 이유를 살펴보는 정도로 활용하곤 했습니다.


이렇게 높은 별점이 많아지는 데는 리뷰 이벤트도 영향을 줍니다. 식당에서 네이버 리뷰를 쓰면 음료를 주고, 배달을 시킬 때 별점 5점을 약속하면 서비스 메뉴를 얹어 주는 식이죠. 그래서인지 리뷰 관리가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여겨지는 카지노맵의 별점을 더 믿는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물론 그곳에서도 리뷰를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커진다면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 있겠죠.


해외라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전 세계 어디서나 두루 쓰이는 구글맵에도 별점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맛있는 식당을 가려내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4점대 가게가 너무 많거든요. 그래서 별점만 믿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타베로그는 달랐습니다. 처음 접했을 때 망설임 없이 바로 써 본 건, 사람들의 후기가 너무나 인상적이었기 때문입니다. “3.5점 이상이면 그냥 간다”는 말이 흔했고, 실제로 정말 그랬다는 '간증'이 줄줄이 달려 있었죠. 별점 시스템을 쓰는 서비스는 많지만, 특정 점수만으로 가 볼 만하다고 입을 모으는 모습은 제게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3.5점은 숫자만 보면 낮아 보이지만, 결코 흔한 점수가 아닙니다. 타베로그의 설명에 따르면 3.5점 이상인 가게는 전체의 약 3%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100곳 중 약 3곳에 해당하는 점수라니, 식당을 고르는 기준으로 삼아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구글맵과 챗GPT, 네이버 블로그에서 추천받거나 눈여겨본 식당을 타베로그에서 한 번 더 확인하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3.5점 이상인 식당들을 직접 다녀 보고, 이것저것 기능을 써 보면서 저만의 활용법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결정 장애를 완벽하게 없애 줍니다


타베로그 활용법은 사실 간단합니다. 팁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단순한데요. 우선 먹고 싶은 메뉴나 방문할 지역을 고릅니다. 둘 다 정하면 가장 좋지만, 어렵다면 지역만 정해도 됩니다. 지역은 지하철역 하나 정도로 좁게 잡아도 되고요.


그다음엔 타베로그에 접속해 필터를 설정하면 됩니다. 앞서 고른 지역과 메뉴에 맞춰 검색 범위를 좁히는 거예요. 지역은 도쿄 같은 큰 단위에서 출발해 한 단계씩 들어가다 보면, 금세 목적지인 지하철역 주변까지 좁힐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별점 순으로 정렬하면 끝. 참 쉽죠?


이제 목록을 위에서부터 차례로 살펴보면 됩니다. 예산에 맞는 식당인지, 예약이 필요한 곳인지, 필요하다면 방문할 날짜와 시간에 빈자리가 있는지 확인하고 고르는 겁니다. 타베로그에서 바로 예약할 수 있는 식당도 많아서, 상당수는 남은 자리도 곧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 실제로 제가 식당을 찾은 과정을 따라가 볼까요? 작년 도쿄 여행에서 남은 아쉬움이 몇 가지 있었는데요. 하나는 맛있는 돈가스를 먹지 못했다는 것, 또 하나는 신주쿠를 구경하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신주쿠도 가고, 돈가스 맛집도 꼭 들르기로 했죠.


도쿄_021_캡쳐.png직관적인 UI이기에 정말 쉽게 방문할 가게를 찾을 수 있습니다 ⓒ타베로그


도쿄 > 신주쿠·요요기·오쿠보 > 신주쿠 > 신주쿠역 순으로 지역을 설정하고, 돈가스를 선택한 뒤 별점 순으로 정렬하면 '카츠 프리포'라는 가게가 나옵니다. 별점이 3.85점? 뭔가 심상치 않습니다. 가게 이름 옆에는 '백명점 2026' 배지까지 붙어 있었습니다. 백명점은 타베로그가 매년 장르별로 사용자 평가가 특히 높은 가게를 골라 발표하는 목록으로, 말하자면 타베로그판 명예의 전당입니다. 지역을 다시 넓혀 봐도 순위권에서 내려오지 않습니다. 확인할 당시 무려 도쿄 전체 돈가스집 중 4위, 신주쿠 전역에서 모든 메뉴를 통틀어 7위인 맛집이었죠. 예약도 가능합니다. 그렇게 일정에 카츠 프리포를 추가합니다.


지역과 메뉴 중 하나만 정해도 비교할 범위가 좁아지니, 오래 고민하지 않고 다음 선택으로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여행을 결정하고 남은 2주 동안 저는 틈날 때마다 타베로그를 들락거렸고, 그렇게 식당 리스트를 하나하나 채워 나갔습니다.


모든 식당을 미리 정하고 간 건 아니었어요. 여유롭게 일정을 짜다 보니 아예 비워 둔 날도 있었고, 어디에 갈지 전날이나 심지어 당일에 정한 적도 많았거든요. 그럴 때도 타베로그가 든든했습니다. 식당을 비교할 때 참고할 만한 별점이 있고, 지역과 메뉴에 맞춰 순위를 확인할 수 있으니 다음 식사를 빠르게 정할 수 있었거든요.


선택지가 많을수록 오히려 고르기 어려워지는 법입니다. 수많은 후기를 읽고 비교하는 데 드는 시간과 피로, 이른바 결정 비용이 커지기 때문이죠. 타베로그의 순위는 제게 그 비용을 줄여 주었습니다. 수많은 사람의 평가를 하나의 숫자로, 다시 그 숫자를 순서대로 정리해 놓으니 저는 위에서부터 고르기만 하면 됐습니다. 쇼핑할 때도 비슷합니다. 상품 설명을 하나하나 읽기 전에 믿을 만한 순위가 있으면, 먼저 살펴볼 후보를 빠르게 좁힐 수 있죠. 단, 그 순위를 믿을 수 있을 때의 이야기지만요.


그렇다면 타베로그는 어떻게 사람들이 이토록 믿고 참고하는 별점 체계를 만들 수 있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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