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과 순위를 믿게 하려면, 채점자가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도쿄에서 밥 먹으며 공부합니다 — 3박 4일의 여행에서 발견한, 맛있는 한 끼 뒤의 비즈니스 이야기입니다.
고작 3.5점만 넘어도 맛집이라 할 만하고, 그런 가게가 전체의 약 3%에 불과하다는 타베로그의 유별난 별점. 여기에 흔히 붙는 설명이 하나 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원래 점수에 짜서, 5점을 좀처럼 주지 않는다는 거죠. 그럴듯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정말 사용자 성향만의 문제라면, 일본 현지 가게를 평가하는 구글맵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할 겁니다. 물론 두 서비스를 쓰는 사람이 모두 같지는 않겠죠. 그래도 같은 가게의 점수가 서비스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걸 보면, 이용자의 성향뿐 아니라 점수를 계산하는 방식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핵심은 가중치입니다. 타베로그는 모든 리뷰를 똑같이 더해 평균을 내지 않습니다. 공식 설명에 따르면 사용자마다 ‘영향도’를 따로 매기고, 이를 점수 계산에 반영합니다. 따라서 같은 4점이라도 누가 줬느냐에 따라 가게의 별점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지는 거죠. 다만 어떤 활동이 영향도를 얼마나 높이는지, 구체적인 기준까지 공개하지는 않습니다.
영화로 비유하면, 관객들이 남긴 별점을 모두 같은 무게로 계산하는 대신 평가자의 신뢰도를 함께 살피는 셈입니다. 모든 사람의 한 표를 똑같이 반영해야 공정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죠. 하지만 타베로그는 다른 방식을 택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좋다고 했는지뿐 아니라, 누구의 평가를 얼마나 반영할지도 중요하게 본 겁니다.
걸러 내는 장치도 있습니다. 타베로그는 부정한 홍보로 의심되는 이용자나 음식점 업계 관계자, 유명 미식가, 자사 직원 등의 평가를 점수 산정에서 제외한다고 설명합니다. 이해관계나 특별한 대우가 평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경계하는 거죠. 리뷰가 적은 가게의 점수도 신중하게 다룹니다. 몇 사람이 높은 점수를 줬다고 곧바로 높은 종합 점수를 받는 구조는 아닌 겁니다.
이렇게 계산한 점수는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표시됩니다. 3.85점과 3.87점 사이에도 순서가 생기는 거죠. 그렇다고 0.02점 차이가 누구에게나 체감할 만한 맛의 차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식당을 고를 때 먼저 살펴볼 순서를 정해 줍니다. 타베로그의 설명에 따르면 3.5점 이상은 전체의 약 3%, 4점 이상은 약 0.07%에 불과합니다. 만 곳 중 일곱 곳 정도만 4점대를 받으니, 제가 익숙했던 별점과는 숫자를 읽는 기준부터 달랐던 셈입니다.
이렇다 보니 저 같은 관광객은 물론이고, 현지에서도 타베로그가 식당 영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합니다. 별점이 손님의 선택을 좌우하는 만큼, 이를 둘러싼 잡음도 나옵니다. 어떤 기준으로 점수가 달라지는지 알려 달라는 요구도 있고요. 그럼에도 타베로그는 점수를 계산하는 상세한 공식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공식이 알려지면 이를 역이용해 점수를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쉬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타베로그는 계산 방식도 정기적으로 손본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한 번 만든 공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평가의 신뢰를 지키기 어렵다고 보는 거겠죠.
물론 이런 운영 방식이 늘 환영받은 건 아닙니다. 한 고깃집 체인은 알고리즘 변경으로 체인점들의 점수가 일괄적으로 떨어졌다며 운영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2022년 1심에서는 약 3,840만 엔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지만, 2024년 2심에서 뒤집혔죠. 2심 재판부는 해당 알고리즘 변경이 소비자의 평가 경향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후 2026년 3월 5일 일본 최고재판소가 식당 측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타베로그 운영사 측의 승소가 확정됐습니다. 점수 하나가 가게의 영업에 얼마나 중요한지, 동시에 그 점수를 만드는 방식에 얼마나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지를 보여 주는 사건입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신뢰를 지키는 일이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가게 입장에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점수 변화가 답답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점수를 쉽게 공략할 수 없도록 만드는 장치가 필요하겠죠. 제가 리뷰 이벤트로 얻은 별점을 조심스럽게 보는 것도, 좋은 평가가 음식에 대한 만족 때문인지 혜택 때문인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물론 공식이 비공개라는 이유만으로 조작이 불가능하다거나, 모든 평가가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높은 점수를 얻는 손쉬운 요령이 통하기 어렵게 만들수록, 실제 식사 경험에 대한 평가가 힘을 가질 여지는 커질 겁니다. 이용자인 제가 기대한 것도 바로 그런 별점이었습니다.
결국 별점은 계산 방식만큼 신뢰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누구의 평가를 얼마나 반영할지 정하고, 부정한 개입을 걸러 내며, 그렇게 나온 점수가 실제 경험과 얼마나 잘 맞는지 꾸준히 살피는 일. 숫자를 보여 주는 기능보다, 그 숫자를 믿고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운영이 더 중요했던 겁니다.
작년과 올해 도쿄의 가게들을 다닐 때마다 눈에 띈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적지 않은 가게가 입구나 계산대 근처에 ‘백명점’ 명패를 걸어 두었는데요. 미슐랭 마크 바로 옆에 나란히 둔 곳도 있었습니다. 두 평가의 권위를 똑같이 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 가게에는 손님에게 보여 주고 싶은 자랑거리라는 뜻이겠죠.
이런 자부심은 리뷰를 남기는 사람에게도 생길 수 있을 겁니다. 자신이 공들여 쓴 기록이 다른 사람의 식사 선택에 도움이 된다면, 다음 리뷰도 조금 더 정성껏 남기고 싶어지지 않을까요? 자기 평가가 점수에 얼마나 반영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해도, 꾸준히 경험을 나누는 이유는 충분할 겁니다.
가게는 좋은 평가를 얻기 위해 공을 들이고, 리뷰어는 자신의 경험을 기록합니다. 그렇게 발견한 가게에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면 이용자는 다시 그 평가를 참고하게 되죠.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가게와 리뷰어, 이용자 사이의 신뢰가 조금씩 쌓이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계산 공식만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선순환입니다.
저 역시 그 덕을 본 이용자입니다. 작년 도쿄 여행에서 여러 라멘집을 돌아다녔을 때, 돌이켜 보니 제 만족도가 별점 순서와 맞아떨어졌거든요. 어디까지나 제가 다녀온 몇 곳의 경험이지만, 다음 선택에서도 믿고 참고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처음부터 별점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함께 보는 순위는 한동안 신뢰를 의심받아 왔습니다.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도 광고성 노출과 신뢰도 등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사라졌죠. 한편으로는 각자의 취향에 맞춰 콘텐츠와 상품을 보여 주는 개인화 추천이 익숙해졌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지금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고, 무엇에 반응하는지 궁금해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참고하고 싶은 마음은 남아 있는 겁니다.
타베로그를 쓰면서는 그 마음이 ‘맛’처럼 주관적인 영역에서도 작동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물론 조건이 있습니다. 그 순위를 믿고 선택했을 때, 실제로 만족스러운 경험이 따라와야 한다는 거죠. 저에게는 작년 여행의 라멘 몇 그릇이 그런 확인 과정이었습니다.
그 믿음은 정교한 공식 하나만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누군가 비슷한 계산 방식을 만든다 해도, 이용자들이 오랜 시간 선택하고 만족했던 경험까지 곧바로 가져올 수는 없으니까요. 신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숫자를 높이는 것과 그 숫자를 믿게 만드는 것은 다른 일인 거죠. 제게 타베로그의 3.5점이 다른 서비스의 더 높은 점수보다 든든하게 느껴졌던 이유입니다.
좋은 식당은 여행에 즐거움을 더하고, 때로는 그곳으로 다시 떠나고 싶은 이유가 됩니다. 낯선 곳에서 한 끼 한 끼를 고르는 여행자에게 믿을 만한 가이드가 고마운 이유죠. 저에게도 3.5점이라는 기준 하나가 생기자 식당을 고르는 일이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고민하는 시간은 줄고, 가 보고 싶은 곳은 늘어났고요.
출국 전 매일 밤, 제가 ‘별점 순’ 버튼을 누를 수 있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습니다. 작년 여행에서 그 숫자를 따라갔을 때의 만족이 남아 있었으니까요. 화면에 뜨는 건 짧은 숫자 하나였지만, 제가 믿은 건 그 뒤에 쌓인 사람들의 식사 경험이었습니다.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타베로그를 한번 써 보셔도 좋겠습니다. 아직 계획이 없으시더라도 괜찮습니다. 이제부터 이어질 도쿄에서의 식사 이야기에는 타베로그를 통해 찾은 곳들이 등장하거든요. 제가 고른 가게들이 정말 그 점수만큼 만족스러웠는지, 함께 따라가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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