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새벽에 글을 썼다.
정해 둔 분량은 없었다. 눈을 뜨면 물을 한 잔 마시고 바카라상에 앉았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날에는 어제 쓴 문장을 읽었고, 한 줄을 고치다가 출근할 시간이 되면 노트북을 덮었다. 그렇게 쓴 글이 돈이 된 것도 아니고, 누가 기다린 것도 아니었다. 안 써도 곤란해질 사람은 없었다.
나 말고는.
SI 일이 세 개로 늘어나면서 그 시간이 사라졌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전날 끝내지 못한 일이 먼저 생각났고, 밤에는 화면을 더 볼 힘이 남지 않았다. 글을 쓰지 못한 날이 며칠 이어져도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았다. 원래 바쁘면 취미부터 미루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쓸 시간은 없는데 문장은 자꾸 생겼다. 지하철에서, 회의가 길어질 때, 오류가 해결되어 화면이 잠깐 조용해졌을 때 문장이 떠올랐다. 메모장에 적어 두면 대부분 다시 읽지 못했다. 그래도 적었다. 몸은 일이 끝나기를 기다려 주지 않았다.
이중섭이 떠올랐다.
이중섭을 소만 그린 화가라고 부르면 정확하지 않다. 그는 가족을 그렸고, 아이와 물고기와 게를 그렸고, 헤어진 아내와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도 그림을 그렸다. 종이를 구하기 어려울 때는 담뱃갑 속 은지를 펴서, 철필로 종이가 뚫어지지 않을 만큼 눌러 선을 그렸다. 소는 그 많은 그림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데도 이중섭이라는 이름 뒤에는 소가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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