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글
기어이 글을 쓴다. 내가 못 참아서 쓴다.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욕망이 마침내 밖으로 넘쳐서 쓴다. 운동을 하다가 '중독'에 대해 생각해 봤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내 중독의 단어들을 나열한다.
에너지 드링크, 선 넘는 관계들, 인정 욕구, 과거의 성취, 타인과의 비교, 자신을 탓하는 습관
1. 핫식스, 이 미친 것
30대 초반, 회사 생활 시절의 루틴이다. 공복으로 집을 나서 공복에 웨이트를 한다. 그리고 치료실에 들어 선 뒤, 바로 신을 갈아 신는다. 큰 텀블러에 얼음을 가득 담고 쟁여 둔 핫식스 한 개를 깐다. 콸콸 들이붓고 빨대를 꽃아 오전 치료 내내 마신다. 그리고 간헐적 단식을 했다고 착각을 한다. 나는 긴장하면 공복인 게 차라리 나은 사람이었다. 매일의 출근과 업무가 내겐 그렇게 긴장의 연속이었다. 퇴사 후 최근까지도 나는 오전 공복을 유지한다는 명목 하에 에너지 음료를 마셨다. 순간적으로 강한 퍼포먼스를 낼 수 있지만 급격한 피로가 몰려오고 기분 낙차가 생긴다. 바닥으로 떨어진 나는 왜 이렇게 체력이 안 좋은지, 유전자를 탓했다. 문제는 잘못된 지식과 습관이었다. 공복을 유지하려면 아예 물만 마시던지, 아예 먹질 말아야 하는데 나는 15kcal는 칼로리로 생각지 않았다. 문제는 성분이다. 하루를 처음 시작하는 리셋된 몸에 코카페인을 붓다니. 몸이 차가운 음료를 만나 내장이 얼어붙는다. 모든 현대인들이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에 각성제를 산다. 작은 저가형 커피 매장이 수도 없이 생겼다. 수요에 의한 공급이다. 우리는 카페인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민족이 되었다.
세상을 따라가지 말고 잠시 멈춰라. 다들 간다고 해서 당신이 꼭 그 길을 갈 필요는 없다. 빈 속에 커피는 위식도 역류 및 급성 피로를 부른다. 빈 속에 부스터를 마시고 운동을 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똑똑한 이들은 얼음을 가득 담진 않는다. 적당히 미지근한 물에 부스터를 잘 풀어서 마신 뒤, 고강도 웨이트를 끝내고 적절한 탄수와 지방, 단백질을 섭취한다(예: 계란 또는 닭가슴살, 현미밥 조금, 아몬드 8알 정도). 아침 공복은 가장 중요한 타이밍이다.
공복보다 내가 추천하는 아침 식사다.
*아침 식단: 계란 두 알 반을 잘라 그 위에 소금, 올리브오일, 레몬즙, 그릭요거트 한 스푼(기호에 따라 알룰로스 조금)
30일만 몸에 시도해 보면 잘못된 식습관을 고칠 수 있다. 그래도 아침에 빈 속을 유지하는 게 편한 사람은 12시까지 공복을 유지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식단을 먹은 뒤, 커피도 마시지 말고 점심까지 물을 마시고 버틴다.
아무튼, 나는 에너지 음료 중독자였고 그게 맞는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잠시는 쾌락을 줄 수 있지만 몇 시간 뒤 청구서가 날아온다. 공복에 에너지 음료는 아침 과식을 막을지 몰라도 운동할 때 장시간 힘을 유지하기 어렵고 극심한 허기가 찾아온다. 점심에 과식할 가능성이 크다. 피부가 어둡고 광택을 잃으며 피부결이 쳐질 수 있다. 계란을 아침에 먹는 게 익숙하지 않지만 나는 과학적 논리를 믿고 계속 지속할 예정이다. 나는 에너지 음료에 중독된 사람이었으나 극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 다시 캔을 뜯는 날에는 아마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한 캔만 허락하는 날일 것이다. 그래도 나는 건강한 식단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2. 인간관계
20-30대라면 더 이상 인간관계를 맺지 않기를 추천한다. 무슨 소리냐고. 지금껏 이어진 인연과 가족을 더 챙기라는 말이다. 이미 있는 관계에 소홀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잘해주는 게 무슨 소용인지.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고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하는 건 맞지만 시절 인연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상대를 내가 A라고 착각해서 만났지만 그 사람은 B 거나 C일 수 있다. 그 사람에게 괜한 기대를 하고 A가 될 것을 요구하는 순간, 서로에게 상처가 되고 관계는 망가진다.
확실히 말해 두는데, 진짜 학창 시절 친구 아니면 한 번 금이 간 사이는 절대 붙지 않는다. 다시 한번 강조하는데, ㅂㅇ(알아서 이해)친구 아닌 이상 아쉬운 소리, 상처 주는 말, 지적이나 비판을 절대, 절대로 하지 마라. 당신이 그 사람을 바꿔야 할 이유나 필요가 하등 없다. 당신은 당신 자식도 못 바꿀 것이고 타인을 조종할 수 없다. 절대 당신에게 그럴 능력이나 자격은 없다. 우리 모두는 자유하고 사랑하려고 태어났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보내는 것이 그저 관계다. 관계는 무력이 들어가는 순간, 얼어붙는다. 자유하게 아무 터치도 하지 않을 때 관계는 유동적이게 흘러간다.
나는 성향상, 사람을 잘 믿고 좋아하고 인연을 끊지 못하는 편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안 그러려고 후천적으로 노력한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속상해하는 당신을 나는 그냥 지켜볼 것이다. 다만 여기 쓴소리만 적어둘 테니, 듣든지 말든지, 당신의 선택이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흙먼지를 뒹굴고 나서 큰 깨달음을 가진 뒤, 다시 돌아와, 이 작가가 한 말이 맞는구나, 하는 순간을 기다릴 것이다.
아무튼, 타인에게 시간과 마음 쏟지 말고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데 힘써라. 그리고 가족에게 더 잘해라. 남편, 아들, 딸, 언니, 동생, 조카 등. 혈육에게 기프티콘 한 개를 이유 없이 보내라.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을 최대한 자주 하고 믿고 있다고, 너는 할 수 있다는 말을 많이 해라. 명령은 아닌데, 나도 그러지 못해서, 그러고 싶어서 하는 말이다.
3. 인정 욕구와 발목 잡는 과거 성취
한국사람들 왜 그렇게 인정받고 싶어서 난리야. 남들이 잘되는 거 보면 자신이 못 미친다는 생각에 힘들어한다. 답답하다. 각자 주어진 재능이나 복이 다를 뿐, 주어지지 않는 건 아니다. 유명 연예인이 한남동에 아파트를 샀으면 그건 그 사람이 자녀를 낳아 기르고 육아에 전념하지 못하고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지 않고 수고한 결과다. 당신이 돈 주고도 못 사는 생명,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은 그것보다 가치 있는 일일 수 있다. 요즘 육아 스트레스 때문에 사람들이 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뉴스가 있던데, 왜 스트레스를 받냐면, 아무리 수고해도 나만 힘들 뿐, 변하는 게 안 보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지켜야만 한다.
육아하는 사람들. 잘 들어라. 당신들. 당신의 할 일과 꿈을 멈추면서까지 한 사람을 키워낸 것은 이 세상 그 어떤 가치보다 가장 큰 일이다. 한 생명이 얼마의 돈과 바꿀 수 없는 위대한 유전적 가치를 가진다. 그 생명이 나중에 여러 사람을 살리거나 지구에 도움이 될 수 있고, 그저 살아 있는 것만으로 대단한 업적이기 때문이다. 그 생명을 위해 당신이 헌신하는 것은 인정받아 마땅하다. 굳이 인정이 없더라도 신경 쓰지 마라. 보이지 않지만 가장 큰 가치를 가진 일이다. 사람 생명은 구조대도, 의사도, 돈 많은 그 누구도 살리지 못하고, 사람 인성은 학교 선생님도 세워주지 못한다. 사람은 가정에서 자라고 가정에서 누린다.
과거 성취는 그냥 흘려보내라. 당신이 얼마의 학점으로 졸업했든, 고등학교 때 성적이 어떻든, 20대에 끗발 날리게 인기가 많았든, 바디 프로필을 화려하게 찍었든 간에. 그건 지난 간 과거지, 현재는 아니다. 지금 당신이 하는 일, 역할, 주어진 환경이 중요하고 당장 해결할 것들이다. 지금의 당신만이 당신이고 과거의 명성은 지난 일이다. 과거가 당신을 만들긴 했지만 그 과거가 현재에 계속 발목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을 방해하거나 교만하게 한다면, 당장 청산해야 한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인생은 이벤트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매일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고 일상적인 일들을 능히 감당하는 것이 인생이다. 그게 당신이고 지금이다. 현재에 집중하고 현재를 느끼고 현재를 냄새 맡아라. 그래야 우리는 행복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고는 못 베기기 때문이다.
4. 비교와 자기 비하
또 왔네. 이 끈질긴 것들. 왜 타인과 비교해? 당신이 아니잖아. 왜 자신을 탓 해? 그런다고 달라질 거 아니잖아. 그냥 남은 남이고 나는 나다. 타인의 성공에 크게 박수 쳐주고 동기부여를 받으면 그만이다. 타인의 슬픔에 공감해 주되 내 슬픔으로 가져오지 말아야 한다. 비교는 자신이 세운 기준이지,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그 무엇이다. 돈이든, 키든, 몸무게든, 자신이 아니면 궁금해하지도 말자. 남들에게 너무 많은 관심을 갖지 말자. 나는 특히 SNS를 중단하는 걸 추천한다. 수많은 피드는 알고리즘을 만들어내고 내가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은 중압감을 준다. 당신은 당신이 제일 잘 안다. 당신을 사랑해 줄 사람은 밖에 없고 당신 안에 있다. 나 자신을 내가 지키고 사랑해야지, 타인으로부터 받으려는 순간 불행해진다. 우리는 사람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고, 사람이니까 지난 실수를 중독처럼 지녀왔다.
나는 실수를 못 견딘다. 왜 그랬지? 나는 왜 이 모양이지?,라는 말. 이제는 쓰레기통에 넣어서 분리수거 차량에 태웠다. 다시는 안 돌아온다. 후회하되 오래 하지 말자. 그래, 내가 그냥 잘못했지, 이젠 안 그럴 거야!,라고 다짐하자. 실수는 누구나 한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타인에게 용서를 구하고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고 원상복구 시켜 놓으면 그만이다.
나는 비하하지 않으면 못 넘어가는 희한한 습관이 있었는데 그것도 중독이었다. 생각 중독. 우리는 매일 수많은 생각을 하며 현재에 머무르지 못한다. 많은 생각이 우리를 피로하게 하고 소파에 누워 핸드폰에 나를 맡기게 한다. 시간의 주인은 나인데 내가 내 삶을 이끄는 게 아니라 핸드폰이 내 시간을 가져가게 둔다.
현대 슬롯가 발전하면서 핸드폰이 우리 삶에 참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근데 이게 맞을까? 하는 생각은 다들 하지 않는 것 같다. 자신이 무엇이 중독되어 있는지 잠깐 멈춰서 생각해 보길 바란다. 외모 중독, 몸무게 강박, 외부 인정 등은 누가 내게 준 것일까? 내가 원해서 가지고 있는 걸까? 아니라면 당장 버리자. 중독 이 몹쓸 것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다. '별거 아냐'이 네 음절을 매일 하자. 별 거 아니다. 지금 당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이, 별 거 아니다. 금방 지나간다. 감정은 금방 사그라든다. 특별한 당신의 오늘 하루가 별 거 아닌 중독들에 묻히지 않고 빛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