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먹지 않은 나는 내가 아니었다.

by이지원

의사 선생님과 상의한 뒤, 어제부터 아침에 먹는 약의 시간대를 저녁으로 바꾸었다. 달라진 것은 그뿐인데 머릿속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내 기분은 한껏 예민해져 있었으며 뇌수 속에 기생충이 섞여 흐른다는 생각이 다시 단단하게 굳어지려 했다. 돈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져 몇 번이나 쇼핑몰을 들락거렸다.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죽음을 생각했다. 이 모든 것들이 한 번에 몰아쳤다. 죽음이 가장 달콤한 해결바카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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