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의 짝사랑

나 또한 당신을 사랑하기에

by왕슈크림도넛

사랑하기에 화가 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린 내가 그 말을 이해하기까진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엄마를 너무나도 사랑한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엄마와 함께 있는 순간이 너무나도 소중했고
특히 엄마의 웃는 얼굴을 좋아했다.

엄마의 웃는 얼굴을 위해서라면
형, 누나를 잘 따르는 순한 동생이 되기도,
동생들을 돌보는 의젓한 형, 오빠가 되기도,
가끔은 엄마 앞에서 애기짓을 하다가도,
엄마의 작은 어깨가 축 처져있으면 언제든 엄마의 버팀목이 되었다.

아이는 어른이 되어 결혼을 했다.
아내가 허락해 준 덕분에 엄마를 모시고 살게 되었다.
혹여나 아내와 엄마가 힘들까 봐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이 직접 엄마를 극진히 돌보며 정성을 쏟았지만 엄마의 시선은 늘 다른 곳을 향했다.

엄마의 시선이 향한 곳은 자식 중 유일하게 성공한 막내아들이었다.

엄마는 막내아들이 보고 싶을 때면 그 집으로 갔고,
막내가 지치면 우리 집에 오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몇 번의 오고 가기를 반복한 겨울날 밤 엄마가 돌아가셨다.




자식 때문에 끊은 담배를 할머니의 장례식장 건물 앞에서 마지막으로 태웠다. 뿌옇게 어지럽혀진 마음이 연기를 뱉으면 환기가 될까 싶었을까?
아빤 그 자리에서 담배 한 갑을 모두 태우셨다.

시간이 흘러 할머니는 더 이상 아픔이 아닌 추억이 되었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은 간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할머니 얘기가 나왔다.
아빤 할머니를 떠올리며 스스로를 꼭 끌어안고 말했다.


"아빤 할머니가 너어어무 좋아"


이젠 나이가 들어 어엿한 할아버지가 됐음에도 그때 아빠의 그 모습이 마치 엄마 품에 안기는 듯 순수한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아빠의 기억 속의 할머니는 어떤 사람일까?

아빠의 할머니를 향한 일방적인 짝사랑을 지켜본 나로선 아빠의 그 모습에 너무나 화가날정도로 슬펐다.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는 감정을 애써 숨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겁게 내려앉은 심장, 화끈거리는 얼굴, 그 모습을 감추려는 듯 재촉하는 다리.

아, 지금 이 감정은 속상함이구나...
사랑해서 잔뜩 속이 상했구나.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