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이라는 배려
얼마 없는 지인들 중에서 결국 오래 곁에 남은 사람들의 공통점을 생각해 봤다. 곰곰이 떠올리다 보니 한 가지 특징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적당한 무관심’이었다.
나는 타인에게 다소 무관심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나와 비슷하게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사람들과 있을 때 유독 편안함을 느낀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내가 유독 힘들어했던 관계의 유형이 무엇이었지는 문득 머릿속에 떠올랐다.
바로 타인에게 ‘센스’를 기대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체로 감각이 섬세하고, 주변을 잘 살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기준을 타인에게도 자연스럽게 기대하게 될 때 관계가 어려워지는 것 같다.
아쉽게도 모든 사람이 그들만큼의 예리한 감각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처럼 다소 타인에게 무관심한 사람의 시선으로 봤을 때 그들은 ‘타협이 부족한 것에 비해 요구하는 기준이 높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그래도 처음에는 원하는 기대에 따라가려 노력하다가도 결국 내가 먼저 지쳐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왜냐하면 그들이 바라는 만큼의 관심과 기대를 돌려주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서로의 삶에 과하게 개입하지 않고 그저 본인의 감각 속에 집중하며 살아가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유독 평화롭게 지냈다.
어쩌면 굳이 서로를 애써 맞추려 부단히 노력하기보단 적당한 거리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머물 수 있는 관계를 바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