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아빠의 자리와 에필로그
『아빠니까』
이른 아침
아내의 다급한 전화 목소리와
들릴 듯 말 듯 건너온
딸아이의 거친 숨소리,
올 것이 왔구나!
번개처럼 날아간 집
화장실을 오가며
토해내지 못하는 고통 앞에
그저 등을 두드려 줄 뿐,
무력한 시선은 둘 데 없고
집안이 온통 먹구름 밭이다.
빨강 신호등이
인상 쓰며 앞을 막지만
내 눈에 안 보인다
비켜 비켜
오랜만에 마주한 동네 큰 병원,
아픈 이들이 먼저 와서 앉아 있는데
역시 평범한 일상이 복 중의 복
다행히 진료 마치고 돌아온 집에서
딸아이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화장대 앞,
거울 보는 옆모습에
터져 나오는 웃음 겨우 참으며
이제 살았구나.
딸아이의 아픔 덕분에
한 가족이 나란히 앉아본 아침,
아내와 딸아이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상상해 보며
이것도 재미라면 재미
지금이나 앞으로도
조금도 변하지 않을
내 삶의 우렁찬 대답
아빠니까
네 아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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