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이름의 그늘

6) 아빠의 자리와 에필로그

by시인 한익 김종한

『아빠니까』



이른 아침

아내의 다급한 전화 목소리와

들릴 듯 말 듯 건너온

딸아이의 거친 숨소리,

올 것이 왔구나!

번개처럼 날아간 집


화장실을 오가며

토해내지 못하는 고통 앞에

그저 등을 두드려 줄 뿐,

무력한 시선은 둘 데 없고

집안이 온통 먹구름 밭이다.


빨강 신호등이

인상 쓰며 앞을 막지만

내 눈에 안 보인다

비켜 비켜


오랜만에 마주한 동네 큰 병원,

아픈 이들이 먼저 와서 앉아 있는데

역시 평범한 일상이 복 중의 복


다행히 진료 마치고 돌아온 집에서

딸아이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화장대 앞,

거울 보는 옆모습에

터져 나오는 웃음 겨우 참으며

이제 살았구나.


딸아이의 아픔 덕분에

한 가족이 나란히 앉아본 아침,

아내와 딸아이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상상해 보며

이것도 재미라면 재미


지금이나 앞으로도

조금도 변하지 않을

내 삶의 우렁찬 대답


아빠니까

네 아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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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 끝으로 세상을 노래하는 시인 한익(翰翼)입니다. 일상의 조각들을 시와 수필로 엮어, 냉(冷)한 세상에 온기(溫氣)를 나누며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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