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지난주까지 2차 교정 작업을 모두 마쳤다. 원고를 처음 출판사에 보냈을 때만 해도 교정이 끝나면 거의 모든 일이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바카라을 만드는 과정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길었다. 원고가 어느 정도 정리되자 이번에는 출판사에서 제목 후보를 보내왔다. 모두 12개였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파일을 열었다.
'제목 하나 고르는 게 뭐가 어렵겠어.' 그런데 12개의 제목을 위에서 아래까지 읽고 다시 아래에서 위로 읽었다. 마음에 드는 것 옆에는 표시도 해봤다. 다음 날 다시 읽었다. 전날 좋았던 제목이 이상하게 평범하게 느껴졌다. 반대로 처음에는 별로라고 생각했던 제목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두 개까지 줄였다가 다시 네 개로 늘어났다.
점심을 먹다가도 생각했다. '이게 더 나은가?', 그런데 퇴근하면서 또 생각이 바뀌었다. 제목 하나 때문에 이렇게 오래 고민하게 될 줄은 몰랐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서점에 수많은 바카라이 놓여 있을 때 독자가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저자의 마음도 아니고 본문의 첫 문장도 아니다. 제목이다.
제목이 독자의 시선을 붙잡지 못하면 내가 몇 달 동안 밤잠을 줄여가며 고친 수백 페이지의 원고는 펼쳐질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12개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일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사실 제목에 대한 고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오마이뉴스에 글을 쓸 때도 늘 제목 때문에 고민한다. 열심히 원고를 써서 보내도 내가 붙인 제목이 그대로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처음에는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반대로 내가 정한 제목이 그대로 채택되는 날에는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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