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미안하고 허전하고 복잡한 마음이다“
오늘은 조금 미안한 마음으로 글을 쓴다. 지금 시간은 2026년 8월 18일 밤 11시 20분이다. 바카라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이제 40여 일이 남았다. 처음 출판사와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출간일은 한참 먼 미래처럼 느껴졌다. '정말 그날이 오기는 할까'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은 채 서너 달을 보냈다. 그런데 이제 정말 코앞이다.
원고를 쓰고, 고치고, 다시 읽는 일을 반복했다. 세종에서 서울로 가는 기차 안에서 창밖을 보며 고민하는 날도 많았다. 그런데 어느새 달력에 출간일을 손으로 짚어볼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
설레는 마음이 가장 클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은 설렘보다 미안함이 조금 더 크다. 오늘 내가 쓴 글 가운데 일부를 비공개로 돌렸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글을 써 세상 사람들과 공유하기 시작한 곳은 포털사이트 다음(Daum)의 '아고라'라는 게시판이었다. 꽤 오래된 이야기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아고라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나누고 논쟁하던 공간이었다. 경찰을 비판하는 글도 많았고, 사실과 다른 내용이 올라오는 때도 있었다. 당시 젊은 경찰관이었던 나는 그것을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다. 경찰이 잘못했다면 비판받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사실과 다른 내용까지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웠다. 그래서 직접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두려웠다. 내가 쓴 글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읽고 평가한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반박하는 댓글이 달리면 괜히 글을 썼나 후회한 적도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그때부터 '남에게 읽히는 글'이 무엇인지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기사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서툴렀다. 그래도 한 편을 쓰고 또 한 편을 쓰면서 조금씩 내 방식의 글을 만들어갔다. 그렇게 글을 쓴 시간이 어느덧 20년을 훌쩍 넘었다. 물론 지금도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고 있다.
2020년에는 또 하나의 글쓰기 공간을 만났다. 온라인카지노스토리였다. 오늘 낮까지 이곳에 올린 글을 보니 모두 162편이었다. 숫자를 보고 나도 조금 놀랐다. 한두 편씩 쓸 때는 몰랐는데 어느새 162개의 이야기가 쌓여 있었다. 경찰관으로 현장에서 경험했던 이야기, 온라인 게임 생활을 하며 느꼈던 감정, 주변 사람들에게 배운 것, 때로는 개인적인 고민까지 그 안에 들어 있다. 어쩌면 지난 몇 년 동안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가장 잘 기억하는 곳이 온라인카지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오늘 그 가운데 일부를 비공개로 돌렸다. 현재 외부에서 볼 수 있는 글은 116편이다. 46편이 사라진 셈이다.
한 편씩 제목을 바라보면서 버튼을 누르다 보니 이상하게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떤 글은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읽어주었고, 어떤 글에는 긴 댓글이 달렸다. 누군가는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고, 또 누군가는 "다음 글을 기다리겠다"라고 했다. 그런 글들이 하나씩 화면에서 사라졌다. 물론 정말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새롭게 다듬어 바카라에 담길 예정이다. 그런데도 미안했다. 그동안 무료로 읽을 수 있었던 글을 바카라이 나온다는 이유로 갑자기 볼 수 없게 만드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미 읽은 분들에게는 별일 아닐 수도 있지만, 내 글을 꾸준히 찾아와 읽어준 분들을 생각하면 그냥 아무 설명 없이 글을 감추고 싶지는 않았다.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크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온라인카지노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꾸준히 글을 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비판보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일인지도 모른다. 열심히 쓴 글을 누군가 읽어주고, 공감 버튼을 눌러주고, 때로는 자신의 이야기를 댓글로 남겨주었다. 그 작은 반응들이 다음 글을 쓰게 했다.
한 편을 쓰고 나면 또 한 편을 쓸 힘이 생겼다. 그렇게 162편이 쌓였다. 그리고 그 글들이 결국 한 권의 바카라으로 이어지고 있다. 생각해 보면 이번 바카라은 출판사의 제안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내가 혼자 만든 것도 아니다. 오랫동안 글을 읽어준 사람들이 있었고, 다음 글을 기다려준 독자들이 있었고, 때로는 부족한 글에도 따뜻한 말을 건네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래서 바카라 표지에는 내 이름 하나만 적히겠지만, 나는 그 바카라이 온전히 나 혼자 만든 바카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 비공개로 돌린 글들도 마찬가지다.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잠시 거두어들이는 것으로 생각하려 한다. 조금 더 다듬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한 권의 바카라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독자 앞에 내놓기 위한 짧은 준비의 시간이다.
바카라이 나온다고 해서 이곳에서의 글쓰기를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다. 바카라 한 권을 냈다는 사실이 글을 덜 써도 되는 이유가 아니라, 앞으로 더 잘 써야 하는 이유가 되었으면 한다. 지금까지보다 더 오래 바라보고, 더 깊이 생각하고, 사람들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오래 머무는 글을 쓰려고 노력할 것이다.
지금까지 내 글을 읽어준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방법은 결국 더 좋은 글을 쓰는 것밖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 편을 쓰더라도 조금 더 고민하고, 한 사람의 이야기를 쓰더라도 그 사람의 마음을 함부로 지나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 46편의 글을 잠시 내려놓았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더 오래 남기 위해 자리를 옮긴 것인지도 모른다. 화면에서 내려온 문장들이 이제 종이 위에서 새로운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빈 화면 앞에 앉을 것이다. 바카라에 실렸던 이야기가 아니라 아직 쓰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 오늘 무심코 지나쳤던 삶의 순간들, 그리고 앞으로 만나게 될 새로운 이야기들을 쓰기 위해서다. 한 권의 바카라이 완성된다는 것은 내게 글쓰기의 끝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써온 글에 대한 감사이고, 앞으로 써야 할 글에 대한 약속이다.
그 약속만큼은 오래 지키고 싶다. 내가 불쑥 보내줬다는 이유만으로 억지스럽게 읽어준 주변 동료들과 지인들 그리고 이름도 모르고 한 번도 본적 없는 많은 독자분께 다시한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