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s next?
추석이 다가오니 곳곳에서 추석 선물세트 판매 광고가 흔하다.
한국땅에 돌아와서 명절을 보내는 일이 거의 없기에, 이번처럼 휴가기간과 추석이 가까운 때에는 직접 겪지 않을 명절 풍경이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대가족이 모여사는 외갓집에서는 제사나 명절 음식 준비가 말 그대로 큰 일이었다.
모두 모이면 서른 명도 넘을법한 그 식구들이 명절 내내 먹고 마실 음식들을 장만하는 일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엄두가 나지 않은 엄청난 일이다.
버섯이며 꼬치, 산적과 생선포들이 한 곳에 모여 '전'이라는 그룹으로 구역을 배당받고, 다른 한편에서는 여러 종류의 나물이며 만두들이 준비됐다.
그러다 방앗간에 주문한 송편이 도착하면, 소란하던 집안이 더 시끄러워지곤 했다.
야, 야, 네가 먹어봐.
아니 저거 느낌상 콩이야, 콩!
사촌들과 머리를 맞대고 주먹으로 쥐었다 편 듯한 송편과, 맨질하게 만들어진 쑥송편들을 눈으로 스캔한다.
야바위꾼의 손놀림을 따라가는 눈동자처럼, 나와 사촌 동생들의 눈이 연신 바빴던 기억이 난다.
그런다고 해서 어설픈 눈 스캔으로 굵은 떡벽에 가려진 내용물을 알아낼 리 만무하지 않은가?
용기를 내어서 물어든 송편 안에는 여지없이 검은콩이 들어있었다.
아니, 진짜 양심도 없어.
명절 기분을 이리 잡쳐야 해?
내 아래로 줄줄이 있던 사촌 동생들 얼굴 위로 희비가 교차했다.
유일한 내 윗사람이었던 친오빠의 얼굴도 일그러지기 일쑤였다.
송편으로 치르는 러시안룰렛이 따로 없었다.
그래! 송편에 콩 넣는 것은 법으로 막아야 한다.
아니, 그런 시도를 하는 것만으로도 세금을 먹여야 한다 본다.
콩 세라고 부르면 되려나?
전국의 떡집에 '콩 세 경고장'을 붙여야 하지 싶다.
송편에 콩 넣는 사람 가만 안 둬!
자고로 명절은 기름지고 맛난 음식을 잔뜩 먹고 살이 포동하게 찌며, 하루 종일 놀다가 지쳐 잠들어야 한다.
초조한 마음으로 내 손에 든 송편 속이 콩인지 꿀인지, 밤인지를 걱정해야 하는 것은 명절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가장 잔인한 방법이다.
먼 나라 중남미에서도 한인슈퍼를 중심으로 떡을 만들어 판매한다.
이곳은 떡 종류의 제한이 많은데, 꿀떡과 절편, 송편, 무지개떡, 떡볶이 떡 정도가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종류다.
떡 만드는 기술이 어렵고, 좋은 쌀이 귀한 곳이므로 어렵게, 그리고 비싸게 만들어낸 떡 중에도 콩송편이 포함되어 있다.
말이 안 되는 일이지만, 여전히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참극이다.
아니 거기 콩을 왜 넣어!?
쌀 한 가마니에 8만 원도 넘는 이 땅에서 왜, 굳이, 특별히, 송편에 콩을 넣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 글을 발행하고 나면, 내가 사는 지역의 슈퍼떡집 사장님들에게 공유시켜 드려야 할지 고민해 봐야겠다.
곧 돌아갈 그 땅에서 명절 분위기랍시고 또 알록달록한 송편들이 랩핑 되어 팔리겠지..
흰색, 분홍색, 초록색 송편 사이에서 어떤 녀석이 콩을 품고 있을지..?
검은 배경 속 단출한 전구 조명아래 딸깍딸깍.
자리에 앉은 사람이 송편을 입에 겨누고 장전하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
딸. 깍.
메딕! 메딕!
여기 러시안 송편룰렛 피해자가 발생했습니다!
#너무무서워 #콩송편 #법으로금지시켜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