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 먹으면 기분이 팍상해.

ㅓㅜㅑ

by민영


묵직한 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적이던 어느 남자 배우를 스타덤에 올려 준 드라마가 있었다.


봉골레 파스타 하나!!



굵고 깊은 그의 목소리를 따라 하는 사람들도 참 많았었다.

스파게티와 양식을 싫어하던 나까지도, 그 배우의 대사와 연기 때문에 일반적인 토마토 스파게티 이외에 봉골레 파스타라는 음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였다.

모르긴 몰라도 그 드라마 덕분으로 봉골레 파스타가 머릿속에 인지된 사람들이 나 말고도 많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봉골레 파스타 하나!


남편과의 연애 때는 음식 메뉴에 대한 쿵짝이 잘 맞았다.


샐러드와 스파게티를 즐겨 먹을 줄 알았던 한국에서 온 새침데기가, 국밥과 한식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남편은, 데이트하는 날 먹부림을 함께 할 수 있어 좋아했고, 나 역시 뜨끈한 국물에 공깃밥 한 그릇을 뚝딱 끝내는 여자를 투박하다 구박하지 않는 그가 좋았다.


연애를 마치고 15년이 넘는 결혼생활 동안, 우리의 식사의 90%는 한식으로, 나머지는 중식과 일식, 간혹 고기만 덜렁 나오는 스테이크로 이루어졌지만 만족스러웠다.


그래도 가끔 있는 타인들과의 식사 때마다 혼자 까탈스러워 보이기 싫어, 딴에는 파스타를 즐겨보려 여러 시도를 해왔더랬다.


나름의 노력으로 Alfredo 소스나 일반 토마토 스파게티 소스등을 구입해서 조리를 해 보기도 하고,

내 입맛에 맞게 간을 더 해보기도 했다.


Gluten-Free 면발이나 쌀, 혹은 다른 곡물을 재료로 한 파스타들도 구입해 봤다.

좋은 기름을 써야 한다길래, 지인에게 선물 받은 이탈리아산 고급 올리브 오일도 사용해 보고, 바질을 올리면 풍미가 좋다는 소리를 듣고 화분에서 바질을 직접 키워보기까지 했다.


결론은 같았다.

NOT OK.




고급진 레스토랑에서 시킨 것들도 차이를 못 느꼈다.

비싸면 맛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뭘 먹은 지 알 수 없으나 값은 치러야 하니 환장할 노릇.


타이어만 한 치즈를 테이블에서 직접 녹여 올려주는 파스타도, 먹음직스러운 와규가 올려진 파스타도, 통통한 점보 새우가 올려진 스파게티도 다 똑같았다.


아마도 요리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소화시키지 못할까 봐 지레 겁을 먹은 심리적 문제일 수도 있겠다.


당면도 OK.

소면, 중면도 OK.

메밀면까지도 어렵사리 OK.

전편에 언급했던 쫄면과 스파게티/파스타 면은 NOT OK.



얼큰한 국물이 없다 뿐이지, 쫄면처럼 차가운 음식도 아니고..

라면이나 스파게티나 어찌 보면 다 같은 면 요리인데...

이상하게도 파스타면으로 만든 요리들은 언제나 내가 사랑하는 라면의 정반대 편에 서 있다.



대체 정체가 뭘까?

왜 맛이 없을까?


미식의 나라 한국에서도 맛집을 찾지 못한 걸까?

여러 나라에서 파스타를 먹어보았지만 여전히 아리송하다.


분명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 텐데..

그러니 그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일 텐데..



아주 오래된 고민 끝에 최근 결론을 내렸다.



이탈리아에 가서 본토의 맛을 봐야겠다.

그러고 나서 이 녀석을 블랙리스트 탑 5에 넣을지 말지 고민해야겠다.


거기서도 맛없으면..

콩자반과 같은 레벨 확정이다.


#맛있다며요 #유명하다며요 #왜이래 #스파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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