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선. 「삼베 보자기」(2024 글로벌경제신문 시니어 신춘문예)
윤미선 작가의 「삼베 보자기」는 어머니의 고단했던 한평생과 헌신, 그 세월을 견뎌낸 강인함을 '삼베 보자기'를 통해 아련하게 풀어낸다.
수필은 지팡이 없이는 걷기 불편하신 어머니가 봄날 들에 나가 뜯어 오신 쑥 한 줌으로 '쑥버무리'를 만들고, 이를 오래된 삼베 보자기로 정성스레 찌고 감싸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살랑거리는 봄빛이 따사롭다. 들에 가셨던 어머니께서 쑥 한 줌을 뜯어 오셨다. 지팡이 없이는 걷기도 불편한 몸으로 쑥버무리를 하고 싶다 하신다. 보드라운 쑥을 같이 다듬으며 제가 한번 만들어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수필은 어머니의 세월과 흔적이 켜켜이 밴 '삼베 보자기'가 중심 매개체다. 삼베 보자기의 촘촘하게 얽힌 씨실과 날실처럼, 열여덟 어린 나이에 시집와 팔순이 넘도록 가문과 자식들을 위해 헌신해 온 어머니가 견뎌온 희생과 인내의 날들이 거친 삼베 질감 속에 투영한다.
열여덟 살에 시집와 팔순이 넘는 지금까지 반세기가 넘는 시간을 한순간도 소홀함이 없으셨다. 삼베 보자기의 씨실과 날실처럼 셀 수 없는 날들이 어머니 삶을 촘촘하게 채우고 이제는 허리도 펴지 못하게 굽으셨다. 봄 햇살같이 고왔던 처녀가 거칠게 세월을 품고 뭉텅하게 옹이 진 세월의 질곡이 풀기 빠져 흐물거리며 낡아버린 삼베 보자기처럼 터덜터덜 닳았다.
작가는 정성이 많이 들고 질기며, 얽히고설킨 결을 가졌고, 투박하지만 단단하고 따뜻한 질감을 가진 삼베를 어머니의 굴곡진 인생과 인내심에 비유한다.
어머니와 함께한 삼베 보자기는 당신의 삶을 그대로 보듬었다. 어머니는 돌아가신 시어머니와 젊은 시어머니까지 두 분의 시어머니와 어린 시누이가 있는 집에 시집오셨다. 철부지 시누이 둘을 당신의 사형제와 한마음으로 보듬어 키우셨다. 명절 제사를 빼고도 일 년에 여덟 번이나 되는 기제사를 모시고 접빈객을 대접하셨다. 대식구 건사와 농사일에 길쌈까지 밤낮없이 부지런하셨다. 부모님 봉양과 동기간의 우애도 보듬고 자식들 뒷바라지까지 어느 하나 소홀함이 없으셨다. 그 시절을 돌아보는 어머니는 ‘힘든 줄도 모르고 살았다.’ 하셨다.
또한 작가는 한국문화 특유의 어머니의 사랑을 담긴 삼베 보자기를 이제는 딸인 자신이 받아 어머니의 결과 같은 보자기를 만들기로 다짐한다.
작은 것 하나도 가족을 위한 사랑을 담고 너풀거리는 솔기 하나도 정갈히 다듬어졌다. 그렇게 긴 세월을 보듬으며 함께한 보자기는 이제 내 차지가 되었다. 어머니의 마음처럼 거친 시간도 이겨내고 힘겨움도 곱게 기우며 나만의 보자기를 만들어가야 하는 시간이다.
수필 '삼베 보자기'는 어머니라는 존재가 지닌 숭고함과, 거친 세월 속에 피어난 따스한 온기를 일깨워주는 수필이다. 단순한 그리움을 넘어, 거친 시대를 견뎌낸 어머니 세대를 향한 깊은 존경과 감사(헌사)가 담겨 있다. 또한 '시간의 흔적이 담긴 오래된 물건'을 통해 인생을 관조하고 가족애를 반추하는 시니어 문학의 깊은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