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아픔이 건네는 먼 시선

김은아.「목요일은 너무 멀다」(2026 글로벌경제신문 시니어신춘문예)

by뜰에바다

김은아 작가의「목요일은 너무 멀다」는 아내의 시선으로, 남편이 소년이었던 시절과 대학 시절, 병든 어머니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병원에서 수발하다가 잃어버린 상실의 아픔을 잔잔한 필체로 담백하게 그려낸다.


남편은 지금도 아니 평생을 목요일이면 먼 데를 본다. 그것을 또 아내가 아프게 바라보고 있다.

남편은 목요일이면 가끔 먼 데를 본다. 문득 어딘가에 시선을 두고 돌아오지 않는다. 그이를 오래 지켜본 사람만 알아챌 수 있는, 아주 짧은 부재. 시어머니 기일 밤, 그이가 술잔을 앞에 두고 처음 들려준 이야기 속에는 아직도 플랫폼을 달리는 소년이 살고 있었다.

소년(남편)은 십 대 시절, 어머니의 와병으로 인해 먹장구름 같은 상실의 시간을 견딘다. 아직 어머니를 병원에서 만날 수 있음에도, 어머니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십 대 소년의 두려움을 독자도 함께 깊이 느끼게 한다.

매주 같은 시간, 같은 좌석. 창밖의 가로수가 연둣빛을 틔웠다가 짙어지고, 붉어졌다가 앙상해졌다. 계절은 돌아오는데 엄마의 시간은 돌아오지 않았다. 사흘을 곁에서 보내고 떠나는 월요일 새벽이면 가슴이 무너졌다. 이번 주말에는 엄마가 조금 나아 보였다는 안도와, 다음 목요일에 돌아왔을 때 엄마가 더 작아져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나흘 내내 소년을 따라다녔다.

어느 날, 소년이 학교에 갔다가 목요일에 오겠다고 하니, 어머니가 "목요일이 너무 멀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소년과 어머니의 마지막 대면이었다.

소년이 줄 수 있는 시간은 사흘이 전부였다. 나머지 나흘을 견디는 것은 소년의 몫이 아니라 엄마의 몫이었다. 엄마는 대답 대신 아들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았다.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목요일은 너무 멀다, 아들아."

오랜 시간 후, 소년은 성장하여 아내와 아이들을 정성스럽게 돌보지만, 그럼에도 그에겐 아직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에 싸인 '어린 소년'이 언제나 서성이고 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소년은 다시 기차에 올랐다. 구순이 된 아버지를 뵈러 부산으로 가는 길. 서울역 플랫폼에서 소년은 눈을 감았다. 기억 저편에서 초록빛 통일호가 달려오는 듯했다. 창밖으로 개나리꽃이 흐드러졌다. 소년은 눈을 감은 채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나는 이제 안다. 남편이 왜 아이들을 데리러 갈 때 늘 일찍 도착하는지. 왜 내가 아프면 안절부절못하는지. 그이에게는 끝내 가지 못한 목요일이 있다. 그래서 남은 사람들에게는 하루라도 빨리, 한 발이라도 먼저 닿으려 한다.


수필 '목요일은 너무 멀다'는 담백한 서술이나 가슴을 파고드는 아픔이 파도처럼 밀려들게 만드는 수작이다. 그만큼 작가는 감정선을 잘 잡고 독자를 오롯이 소년의 세계로 이끌어간다. 회상적인 글임에도 얼마나 몰입감이 상당하며, 완성도가 매우 높은 수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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