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연.「움쑥」(2024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김서연 작가의 「움쑥」은 어머니의 장례와 남겨진 이들의 상실감을 자연의 서사와 삶의 이치로 잔잔하게 보듬어낸다. 그래서 과도한 감정적 수식이나 신파로 치닫지 않으면서도 깊은 여운과 은은한 울림을 남긴다.
화자는 여름이면 수수깡처럼 속이 비는 쑥을 건지기 위해 계절이 지나기 전 잘라서 저장했는데, 그 그루터기에서 뜻밖에 우북하게 올라온 ‘움쑥’을 발견한다. 이에 화자는 움쑥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잘 마른 쑥을 불쏘시개 삼아 어머니의 유품을 태웠던 기억을 소환한다.
새 살처럼 연한 쑥을 쓰다듬는다. 여름이 되면 수수깡처럼 속이 비어버리는 터라 봄이 다 지나기 전에 살찐 쑥 우듬지를 뚝뚝 잘라 저장해 두었는데, 추석을 며칠 앞두고 산적을 할 요량으로 양하밭을 더듬다가 뜻밖에 우북한 쑥 무더기를 보았다. 사위어가는 불땀처럼 흔적을 지우고 재만 남았던 자리여서 더욱이 놀랐다.
아울러 입어보지도 못한 채 태워진 나들이 외투, 시골집 뜰에서 새싹을 유독 대견해하던 어머니의 생전 모습이 중첩되고, 어머니가 떠난 후 껍데기가 된 어머니의 옛 전화기를 버리지 못하고 뒤적인다.
어머니 가시고 흑백사진처럼 어두운 나날이 갔다. 당신과 연락이 안 되면 사색이 되어 뛰어다니던 나를 아시면서. 잘 도착했노라고, 여긴 날마다 봄날이고, 지천에 나물과 꽃이 가득하다고 전화 한 번 주면 안 되는 것인지. 겨우 연락이 닿은 어머니를 붙들고 어린아이처럼 울던 나를 떠올리며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은 나뿐인 건지. 얼마나 먼 길이길래 아직도 도착을 못 한 걸까. 한살이 마친 꽃자리처럼 어머니 떠난 자리가 허전해질 때면 무시로 전화기를 뒤적였다.
그런데 반납한 어머니의 번호를 쓰게 된 앳된 여자의 모습을 어머니의 번호로 뜨니 들여다보게 되는데, 그것은 마치 죽은 어머니가 움쑥처럼 환생한 것과 같은 위로를 화자에게 준다. 이후 화자는 치유기능을 하는 앳된 여자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되고, 형제들에게도 알리면서, 조금씩 어머니를 잃은 상실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때 망자들의 세상도 어디에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세상 좋아졌으니 저세상에도 변화가 있어 전화기 하나씩은 손에 들려있을지도 모른다는 맹랑한 상상을 했었다. 조심스럽게 화면을 늘렸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앳된 여자의 진달래 빛 상의가 환했다. 손가락 사이로 눈, 코, 입이 선명해졌다. 피부가 희고 잇속 보이는 웃음이 언뜻 우리 자매들을 닮은 것 같기도 했다.
수필 '움쑥'은 어머니의 유품을 태울 때 불쏘시개가 되었던 ‘죽은 쑥’과, 불탄 자리에서 다시 솟아나는 ‘움쑥’을 어머니의 사후세계 및 남아 있는 자들의 생명력과 비교, 결합한 수작이다. 작가는 어머니의 부재로 텅 비어버린 공간에 무작정 슬픔만을 채워 넣기보다는, 세상의 순환과 타인의 살아있음을 통해 자기 삶의 희망을 다시 가꿔내는 과정을 따뜻하고 섬세한 필치로 담아냈다 나아가, 소중한 대상을 떠나보내고 가슴이 검게 타들어 간 모든 이들에게도 은은하고 깊은 위로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