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숲 속엔 '전입신고'한 이웃이 산다

가을 낙엽 위, 서로에게 몸을 기대고 있는 네 식구

by찬란한행운아

아파트 옆 길목에는 작은 산이 하나 있다. 여름에는 나뭇잎이 햇빛을 가려줘 양산을 펼쳐놓은 것처럼 시원했던 산바카라길이다.


그런데 어느새 계절이 바뀌었다. 아침 공기가 제법 서늘해지고, 산바카라길에는 가을이 내려앉았다. 초록이었던 나뭇잎은 노랗고 붉게 물들었고, 바람이 한 번 지나갈 때마다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던 잎들이 하나둘 떨어졌다. 길 위에는 낙엽이 수북하게 쌓였다. 산바카라을 하며 낙엽을 밟을 때마다 바스락, 바스락 소리가 난다. 서늘한 바람과 낮아진 햇살, 발밑에서 부서지는 낙엽 소리까지 숲 전체가 가을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숲 속에는 올여름부터 눈에 띄기 시작한 고양이 가족이 산다. 새끼 두 마리를 포함해 모두 네 마리다. 동이 트기 시작할 무렵 산바카라을 나가면 가끔 이 가족을 만난다. 검은 새끼 고양이 한 마리와 갈색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엄마 고양이를 따라 낙엽 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작은 발이 낙엽을 밟을 때마다 바스락 소리가 난다. 알록달록 물든 숲 사이로 새끼 고양이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고요했던 가을 아침이 금세 생기로 가득 찬다. 어느새 이곳에 자리를 잡은 녀석들이 정말 우리 동네 이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가을이 깊어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고양이들의 모습도 달라졌다. 여름에는 각자 떨어져 돌아다니던 녀석들이 이제는 서로 몸을 바짝 붙인 채 웅크리고 있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 위에 몸을 누이고 서로에게 기대어 있다. 낙엽은 폭신한 이불처럼 보이지만, 차가워진 땅의 냉기까지 모두 막아주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가만히 바라보면 잠이 든 것처럼 미동도 없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몸이 규칙적으로 들썩인다. 서로의 몸에 기대어 체온을 나누며 추운 계절을 견디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보니 문득 우리 가족이 떠올랐다.


가족도 그런 게 아닐까. 평소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제멋대로 살아가는 것 같다가도 힘든 일이 생기면 어느새 서로의 곁으로 모인다. 특별한 말을 건네지 않아도 옆에 있어 주고, 잘될 때보다 오히려 힘들 때 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힘든 날이 있다. 그럴 때는 거창한 위로보다 그냥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더 큰 힘이 될 때가 있다. 말없이 같은 이불을 덮고 있는 것처럼, 서로의 온기만으로도 견딜 수 있는 날이 있는 것이다.


가을바람이 불고 낙엽 한 장이 또 발밑으로 떨어진다. 나는 낙엽을 천천히 밟으며 서로에게 몸을 기대고 있는 고양이 가족을 바라본다.


고양이 가족이 차가운 낙엽 위에 서로의 몸을 포개어 따뜻한 이불을 만들 듯, 가족도 서로의 마음 위에 따뜻한 낙엽 이불 하나씩 덮어주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힘든 날에는 말없이 곁을 내어주고, 추운 마음에는 자신의 온기를 나누어주는 사람.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덮어주며 함께 계절을 건너가는 것.


가족이란 어쩌면 그런 따뜻한 낙엽 이불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꽈배기 탐험가는 매일 오전 6시, 말속의 진짜 마음을 기록합니다.

월· 화·수 목·금 ·토· 일요일 : 가을의 풍경에서 기억과 마음을 채집하는 이야기.

오늘 저의 탐험이 작은 울림이 되었다면, '팔로우'로

내일 아침 찾아올 또 다른 진심을 함께해 주세요.

이전 06화엄마가 단감을 먹을 때면 이상한 소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