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와 메시지 그리고 내로남불
메신저보다는 메시지를 중시하라
— 그리고 인간은 왜 내로남불 하는가
여러분, 저는 중국어를 공부한 지 거의 40년이 되어갑니다.
처음 중국어를 배울 때만 해도
저는 단순히 중국어를 잘하고 싶었습니다.
중국어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공부하고,
중국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중국어를 오래 공부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부터 중국어가 저에게 사람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가르쳐 주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영상에서는
“不要以貌取人,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마라.”
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보다 한 단계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오늘 제가 중국어를 공부하면서 깨달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보겠습니다.
바로, “메신저보다 메시지를 중시하라.”
그리고
“내로남불은 인간의 아주 자연스러운 본성이다.”
라는 이야기입니다.
1. 우리는 왜 ‘무슨 말인가’보다 ‘누가 말했는가’를 먼저 볼까?
여러분, 누군가가 우리에게 어떤 말을 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 말을 들었을 때 우리는 제일 먼저 무엇을 생각합니까?
“그 말이 맞는 말인가?”
이것부터 생각할까요?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오히려 먼저 이렇게 생각합니다.
“누가 한 말이지?”
교수가 말했다고 하면 믿습니다.
박사가 말했다고 하면 더 믿습니다.
유명한 사람이 말했다고 하면
왠지 맞는 말처럼 느껴집니다.
반대로 별로 유명하지 않은 사람이 좋은 말을 하면 어떻습니까?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
이렇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중국어를 공부하다가
저는 아주 중요한 공자의 말씀을 만났습니다.
君子不以言举人,不以人废言。
군자는 말이 좋다고 해서 그 사람을 높이지 않고,
그 사람이 별 볼 일 없다고 해서
그 사람의 말까지 버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 말을 처음 만났을 때
참 오래 생각했습니다.
공자는 2,500년 전에 이미
오늘날 우리가 하고 있는 실수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2. 말한 사람과 말의 내용은 분리해서 보자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것이 아주 중요한 인간관찰의 원칙입니다.
사람과 그 사람이 한 말은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평소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이 한 말까지 틀린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한 말이라고 해서
그 말이 반드시 옳은 것도 아닙니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성적인 존재인 동시에
감정적인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더 관대해집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더 엄격해집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아주 재미있는 인간의 모습이 하나 나타납니다.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내로남불”입니다.
3. 내로남불은 정말 특별히 나쁜 사람만 하는 것일까?
“내로남불!”
우리는 이 말을 들으면
굉장히 나쁜 사람을 떠올립니다.
자기는 똑같은 행동을 해놓고
다른 사람이 하면 비난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보면 우리는 말합니다.
“저 사람 정말 뻔뻔하네.”
그런데 저는 중국어와 중국 고전을 공부하면서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잠깐만. 정말 저 사람만 그런가?”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행동을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실수하면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똑같은 실수를 하면
“저런 사람이 어떻게 저 자리에 있지?”
라고 합니다.
내 편이 하면 사정이 있었던 것이고,
남의 편이 하면 잘못된 행동이 됩니다.
이게 바로 인간의 모습입니다.
4. 공자는 인간의 이기심을 어떻게 보았을까?
공자에게 제자가 물었습니다.
“仁이란 무엇입니까?”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克己復禮,爲仁。
극기복례.
자기의 이기심을 이겨내고
예의와 공적(公的)인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仁)의 실천이라는 뜻입니다.
저는 이 말을 참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왜 공자는 굳이
“자기를 이겨라”라고 했을까요?
인간에게는 기본적으로
자기에게 유리한 것을 선택하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손해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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