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지도에 없는 길

— 예전의 성공으로 오늘을 설명하는 사람

by이슬이글

동네 인쇄소 계산대 뒤에는 낡은 상권 지도가 걸려 있었다.

삼십 년 전 이 골목의 가게들이 표시된 지도였다.


문구점, 사진관, 비디오 대여점.

모두 작은 동네 인쇄소의 단골들이었다.


광고 한 번 한 적이 없어도

골목 사람들은 인쇄소가 어디 있는지,

몇 시에 여는지 다 알았고,

새로 가게를 내는 사람은 이웃의 소개로 찾아왔다.


이제 그 가게들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지만

주인은 오래된 동네 지도를 떼지 않았다.


"예전에는 이 골목이 얼마나 번화했는지 몰라."

손님이 오면 그는 그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러는 동안 직원이 주문을 받아 컴퓨터에 입력했다.

명함, 전단지, 메뉴판. 일의 종류는 달라졌지만

주인은 늘 예전 이야기를 먼저 했다.


딸은 지도 앱에 올라 있는 가게 정보를 바로잡고,

온라인으로도 주문을 받자고 했다.


"요즘 손님들은 검색해서 찾아와요.

그런데 우리 가게는 검색하면 옛날 정보만 나와요."


"올 사람은 다 알고 와. 사십 년을 그렇게 했다."

"아는 사람은 오겠죠. 그런데 모르는 사람은 찾을 수가 없잖아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십 년 동안 해온 방식이

하루아침에 틀린 것이 되었다는 말로 들렸다.


어느 월요일 점심 무렵,

처음 보는 손님이 숨을 몰아쉬며 들어왔다.

오후 행사에 걸 현수막이 급하다고 했다.

주인은 시계를 보았다.


"이렇게 급한 건 아침에 전화를 했어야지."

손님은 휴대전화 화면을 내밀었다.

지도 앱에 뜬 인쇄소 정보였다.


거기 적힌 것은 몇 해 전에 없앤 가게 전화번호였다.

"아침부터 세 번 걸었어요. 없는 번호라고 나오던데요.

문 닫은 줄 알고 다른 데를 알아보다가 혹시나 해서 와 본 거예요."


주인은 할 말이 없었다.

지금이라도 해주겠다고 했지만 시간이 빠듯했다.

직원이 점심을 미루고 인쇄기를 돌렸다.


그날 저녁, 딸이 계산대 뒤의 지도를 바라보았다.

"아버지, 요즘 지도에는 우리 가게가 제대로 안 나와요."


"가게는 그대로 여기 있잖아."

"그럼 손님들이 오는 길도 그대로예요?"

주인은 벽에 걸린 지도 속 문구점을 손가락으로 짚어 보았다.

그 자리는 지금 주인 없이 돌아가는 무인 가게였다.

문구점 사장이 언제 가게를 접고 떠났는지, 그는 알지 못했다.

소개를 받고 찾아온 손님이 마지막으로 언제 있었는지도 떠오르지 않았다.


사람은 오래 익숙한 방식에서 안전을 느낀다.

그 방식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제 맞았던 지도가 오늘의 길까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지켜야 할 것과 고쳐야 할 것을 가리지 못하면,

그 대가는 대개 곁에 있는 사람이 치른다.


며칠 뒤 주인이 딸에게 말했다.

"가게 정보 고치는 법부터 알려줄래?"

딸은 노트북을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전화번호와 영업시간을 고치고,

온라인 주문을 받는 방법까지.

주인은 메모지를 꺼내 순서를 하나씩 받아 적었다.


한 번에 익히지는 못했다.

같은 것을 두 번이나 다시 물었다.


추억이 서린 지도는 그대로 두었다.

대신 그 옆에 새 전화번호와 온라인 주문 방법을 적은 안내문을 붙였다.


직원이 그것을 보고 말했다.

"손님들이 편하겠네요."

주인은 낡은 지도와 새 안내문을 번갈아 보았다.


오늘의 우리에게


지난날 길을 찾게 해준 지도를 버릴 필요는 없다.
다만 지금 사람들이 오늘 펼쳐 보는 지도는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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