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 방울
물이 부족하고 깨끗하지 않은 곳 베이징에서는 정수기를 설치하거나 마실물을 배달해 사 먹는 게 일상인데 우리 집은 후자였다. 10리터 정도 양의 물통 하나가 13원. 당시 한국돈으로 2200원 정도였고 처음엔 함께 사용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 자신의 물을 사서 마시기로 했다. 마실물이 떨어지면 전화해서 시키는 것도 일인데, 마시려다 물이 하나도 없어 맨날 시키는 사람이 시키고 마시기만 하는 사람은 정해져 있으니 짜증 나는 일이 발생해 자연스럽게 물도 각자 해결하기로 한 것. 물뿐 아니라 휴지, 음식, 냉장고 사용공간 등도 시간이 지나면 다 각자 정해놓고 사용하는 것이 서로 속상하지 않고 편한 상황이 오게 된다. 가족이 아닌 사람과 무언가를 공유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참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니 나와 다른 사람과 결혼하면 왜 그렇게 힘든지 간접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룸메이트는 헤어지면 그만이지만 결혼은... 그에 따르는 고통은 너무나 클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일본 친구 샤잉, 중국 친구 샨샨과의 한 지붕 세 룸메이트 생활을 하던 어느 날 저녁 샨샨이 화를 내며 방에 들어와 투덜투덜 대기 시작했다.
"어떻게 물 한 방울 나눌 줄을 몰라. 진짜 이상한 사람이야"
"왜 그래?"
"전기 포트에 기왕 마실물을 끓이는데 어떻게 한 방울도 남기지 않을 수 있어? 그렇게 정확히 자기 먹을양만 데우기도 쉽지 않겠다. 으이그!"
물은 내 물도 있었고 샨샨 자신의 물도 있었다. 다만 평소에 자신의 접시조차 사용하지 못하게 하던 샤잉이다 보니 우연일지도 모를 그런 사소한 상황들이 더 안 좋게 부각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긴 했다.
물론 샤잉을 아예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그녀도 나처럼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목표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고 조금이라도 아끼며 생활해야 했을 것이다. 물이 없어서 너의 물 좀 마시겠다고 하면 당연히 줄 것이다. 그런데 전기포트에 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자신의 물 한 컵만 가지고 방으로 들어간 그녀의 모습이 그렇게 쉽게 그녀를 물 한 방울 나눌 줄 모르는 사람으로 낙인 시켜 버렸다. 그래도 좋은 특성을 찾아보고 거기에 초점을 맞추어 보자 하고 기다려 보았다. 그런데 계속 황당한 점만 발견되었다. 그 황당한 점은 베이징의 어느 비가 내리는 저녁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