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이 오고 있다. 오후 7시가 넘어도 여전히 하늘은 환하며, 한낮엔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들 정도로 햇볕이 강하다. 하지만 햇빛이 강할수록 오히려 좋다. 반강제적으로 실내에서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커튼이 조금만 열려 있으면 오전 6시만 넘어도 그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 때문에 저절로 눈이 떠진다. 요즘 첫 연재 장편 소설을 쓰고 있다 보니 이런 날씨가 글쓰기엔 오히려 도움이 된다. 주말에도 강제 기상에, 낮에도 덥다 보니 어디를 놀러 가거나 돌아다닐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실내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글을 쓰는 게 요즘 내게 가장 큰 낙이다.
연재소설을 쓰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좋은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무리 좋은 글도 사람들이 읽지 않으면 묻힌다는 것이다. 즉 내가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릴 '수단들'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에 따라 공들여 쓴 글들이 묻힐 수도, 빛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예전에 만들어놓은 글쓰기용 SNS 계정들이 나름 쏠쏠한 홍보 수단이 되고 있다.
물론 그 계정들 모두를 지금까지 잘 관리해 온 건 아니다. 한때 열심히 했던 블로그도 거의 방치 상태인 데다, 인스타그램도 몇 백 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와서 글쓰기 홍보를 위해 SNS를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그때와 마찬가지로 어찌어찌 새 계정을 만들고 관리도 했겠지만, 무언가를 시작하면 당연히 서툴 수밖에 없다. 그러면 시간이 들 테고, 그 시간만큼 글을 쓰는 시간이라던가 쉬는 시간들이 줄어들게 된다. 관리를 소홀히 한 탓에 그만큼의 홍보 효과는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미리 이런 계정들을 만들어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이럴 때마다 들곤 한다.
꼭 글을 쓰지 않더라도 요즘은 SNS을 통한 자기 PR이나 홍보는 어떤 분야에서든 필수에 가까워진 듯하다. 개중에는 별도의 홍보 없이 우연한 계기로 사람들에게 이름이 알려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가능성을 배제할 필요는 없지만, 솔직히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어떤 분야든 이미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 상황에서, 그런 사람들을 배제하고 '굳이 나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아닌 자기 자신이 설명해야 하는 것이다.
좋은 노래, 좋은 글은 언젠간 알려진다는 믿음은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이 마땅히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다. 그러나 내가 만든 음악을 듣고 내가 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내가 아니기에, 그들의 판단은 그들의 몫이라는 생각을 하는 게 나의 정신건강에 좋다. 어떻게 보면 평가를 남겨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만든 창작물들이 본인 이외에 아무도 보지 못한 채 잊혀가는 것에 슬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창작을 하는 건 어렵다. 아무도 나의 결과물을 알아봐 주지 않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홍보를 하면서 계속해서 전보다 더 나은 결과물들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몇 년을 그렇게 하더라도 처음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결과를 마주해야 한다. 그 인고의 시간을 버틴 사람들 중 일부만이 마침내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을 받게 된다. 나도 이번 기회를 통해 홍보 수단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본인이 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결과가 나오지 않아 실망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분이 했던 말을 들려주고 싶다. "다들 요즘 음악을 목숨 걸고 하는 것 같아요. 우리는 목숨 걸고 안 합니다. 인생을 걸고 하는 거지. 목숨은 하나지만 인생은 기니까." 인생은 길다. 그러니 너무 빨리 실망하고 좌절하지 말자. 실패하는 인생이 아니라, 인생을 살다 보면 실패도 하는 거니까.
< 연재 장편 소설 '푸른 정승이 울던 날' 회차별 링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