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에 대한 묵상 - 0과 공(空)

by전영칠

'근원에 대한 묵상'시리즈는 묵상하고 살면서 문득 스치는 느낌(생각)들을 쓴 것입니다.




72. 0과 공(空)


라마누잔(1887~ 1920)의 이야기를 읽었다.


라마누잔은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에서 태어나 만 32세라는 젊은 나이에 결핵과 영양실조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그는 학교에서 수학을 배워본 적이 없었다. 수학을 독학했다.


그는 수학공식 3,900개를 나마기리 여신(힌두교의 주 여신인 '락슈미'의 화신. 락슈미는 풍요, 행운, 부, 그리고 지혜를 관장하는 여신임. 우주의 유지자 신인 비슈누의 배우자이다. 나마기리 여신은 마음의 영안(靈眼)을 열어주고 인간의 지성을 초월한 천상의 비밀을 직관적으로 깨닫게 해주는 강력한 영적 에너지를 가진 존재이다.)으로부터 받았다.


라마누잔이 1920년, 그의 스승 하디 교수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에 적어둔 '모크 세타 함수'는 사후 92년 만인 2012년에 이르러서야 그 수학적 비밀이 완전히 풀렸고 블랙홀 연구에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학계와 언론에서는 통상 '사후 90여 년 만에' 수수께끼가 풀렸다고 표현한다.).


라마누잔의 공식은 블랙홀의 '엔트로피(열역학적 무질서도)'와 '양자 상태'를 규명하는 데 사용되었다.

현대 물리학(특히 끈이론)에서는 블랙홀 내부의 미시적인 양자 상태들을 전부 더해 블랙홀의 엔트로피를 계산해야 한다. 라마누잔의 모크 세타 함수는 이 복잡한 양자 상태의 가짓수를 정밀하게 계산해 내는 결정적인 수학적 도구가 되었다.


물리학자들은 이 공식을 통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거시 세계)과 양자역학(미시 세계)이 충돌하는 블랙홀의 중심, 즉 '특이점'에서 시공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궁극적으로 우주의 시작인 빅뱅 당시의 상태를 규명하는 연구로도 이어진다.

그의 사후 100년만에 그의 이해되지 못한 공식들이 불랙홀에 씌어졌다.

그의 사후에도 그가 남긴 수학공식은 21세기 첨단 분야에 적용된다.

그의 수학 세계는 경이롭다.


그는 숫자 0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숫자 0은 신이 가진 '아무것도 없음(Absolute Nothingness)', 즉 우주의 근원적 공(空)을 의미한다. 그리고 ∞(무한)은 그 신이 이 현상 세계에 자신을 드러낸 만물의 총합이다. 따라서 0과 무한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몸이다."

- 라마누잔




라마누잔의 말을 다시 채워보자.




0은 텅 비어있음으로 꽉 차있다.

0은 텅 비어있음으로 무엇이든 만날 수 있다.

0은 텅 비어있음으로 무엇이든 채울 수 있다.

0은 곧 ∞이다.

0은 곧 근원이다.

우주의 원리가 그렇다.


0은 텅 비어 있음으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0은 텅 비어 있음으로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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