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가벼움
나는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한다.
붉은빛으로 녹아내리는 석양이 지는 고속도로 위,
추운 날 창문 밖으로 보이는 고요한 침묵의 새벽,
돌 틈 사이를 비집고 일어난 이름 모를 새싹,
인간과는 다른 유려한 곡선이 흐르는 크고 작은 울음소리의 산짐승들,
언어보다 다채로운 수만 가지 표정의 하늘과
매일 다른 노래를 불러주는 파도와 속 모를 바다의 깊이를.
나는 아름다운 이 세상을 사랑한다.
나는 인간이다.
더 많은 것을 갖겠다며 서로 죽고 죽이는 인간이며,
오만하게 쏘아 올린 미사일 한 방으로 인간 외의 모든 생명체의 죽음 따위 신경도 쓰지 않는 인간이다.
수만 그루의 아름다움을 한순간에 불태워버리는 담배꽁초 한 개비 같은 인간이고,
세상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동물들을 철조망에 가둬두고 무섭다며 놀라는 척 구경을 다니는 가증스러운 인간이다.
이 완벽하게 아름다운 세상 속에
이기적이고, 혐오스럽고, 추악하게도 자신밖에 모르는 유일무이한 인간이다.
이 아름다운 세상 안에 나는, 한사코 인간이다.
그것이 내 안의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