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후,

byGrace k

짐가방을 꺼냈다.

옷가지 몇 벌과 소지품이 전부인 단출한 기내용 캐리어다. 이번 여정은 도쿄에서 나흘, 이어서 찾아갈 한국에서의 날들까지

모두 2주간의 일정이다.

낯선 곳도, 처음 밟는 땅도 아니다.

그럼에도 설렘과 묘한 긴장감이 공존한다.

한국에 가기 전 먼저 머물게 될

도쿄는 더욱 그렇다.

일본 국적기로 발권하면 자회사의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

라멘 한 그릇을 먹고,

나리타 공항 근처 쇼핑몰에서 간단히

쇼핑을 한 뒤 한국으로 향하곤 했다. 그런 스톱오버를 제외하면 무려 30년 만의 도쿄행이다.

20대 시절 석 달가량 머물렀던 고엔지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거미줄처럼 촘촘한 도쿄의 메트로는 길치인 나를 밀어내듯 했지만, 모레면 친구와 함께 그 노선 위에 서게 된다.

태평양을 건너와

이곳에서 산 시간이 20여 년.

나고 자란 한국도, 청춘의 한때를 보낸 일본도 이제는 일상을 살아가는 곳이 아닌

여행지로 찾아간다.

호텔에 짐을 풀고, 며칠 뒤 다시 짐을 싼다. 체류하는 삶과 떠돌아다니는 여행 사이, 그 경계에 서는 일도 제법 익숙해졌다.

그때 그 시절의 골목들은 달라졌을까.

복잡한 지하철역에서 길을 헤매던 내가 이번에는 친구와 나란히 어디론가 향하고 있을 것이다.

도쿄에서 나흘을 보내면 한국으로 향한다. 한국에는 오랜 시간 병중에 계신 엄마가 있고, 특별한 내 남동생이 있고, 마음이 통하는 소중한 친구가 있다. 엄마의 손을 잡고 동생과 소소한 안부를 나누며, 친구와는 짧은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태평양을 건너온 길 끝에서 나는 다시 딸로, 누나로, 친구로 돌아간다. 오래 떨어져 지낸 시간만큼이나

그곳에서 함께할 며칠이 기다려진다.

이곳의 차가운 늦가을 공기와 달리 도쿄에는 아직 여름의 더위가 남아 있는 듯하다.

두툼하게 여며 입고 떠나, 열 시간 뒤 도쿄 공항에서 여름 옷으로 갈아입을 상상.

곧 현실이 될 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