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도 중요하지만, 내 몸과 가족의 시간을 잃으면서까지는 아니다.
대학원 친구의 남편상이 있었다. 만 50세. 너무 젊은 나이였다. 부고를 듣는 순간 마음이 멈칫했다. 고3 아들 1명이 있고 아들과는 친구처럼 지낸 다정한 아빠였다고 한다.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하고 싶은 일도, 해줘야 하는 일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삶은 가끔 너무 갑작스럽다. 누군가의 부고 앞에 서면 늘 같은 생각으로 돌아온다. 결국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
우리는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것도 안다. 야식과 술을 줄여야 한다는 것도 안다. 잠을 줄이며 버티는 생활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도 눈앞에 닥친 일을 하다 보면 건강은 자꾸 뒤로 밀린다.
이번 보고만 끝내고. 이번 프로젝트만 마무리하고. 이번 평가만 지나가고. 이번 승진 시즌만 넘기고.
그렇게 미루다 보면 몸은 조용히 신호를 보낸다. 피로가 오래가고, 잠이 얕아지고, 소화가 안 되고, 얼굴빛이 달라진다. 그래도 우리는 대개 더 급한 일을 먼저 한다. 내 몸은 늘 기다려줄 것처럼 여긴다.
하지만 몸은 무한정 기다려주지 않는다. 40대와 50대에 뇌졸중이나 뇌경색으로 재활치료를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걷지 못해 누워 지내는 사람도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평범한 일상이 끊긴다. 어제까지 당연하던 출근, 식사, 산바카라, 운전, 가족과의 대화가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된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건강은 잃기 전에는 배경처럼 보인다. 잃고 나면 모든 것의 전제가 된다.
세계보건기구는 건강을 단순히 병이 없는 상태로만 보지 않는다. 신체적, 정신적, 슬롯적으로 잘 지내는 상태까지 포함한다. 이 정의가 마음에 남는다. 건강하다는 것은 검사 수치만 멀쩡하다는 뜻이 아니다. 몸이 버티고, 마음이 무너지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갈 힘이 있는 상태다. 그런 의미에서 건강은 반드시 일보다 앞에 있어야 한다.
회사생활을 오래 했고, 목표가 주어지면 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맡은 일을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다. 팀장의 역할을 잘하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다. 내가 챙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일도 많고, 내가 빠지면 구멍이 날 것 같은 순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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