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에서 만난 퇴직한 선배의 한마디

퇴직한 선배의 사심 없는 덕담이 조용히 마음에 남았다.

by하랑팀장

온라인 게임 동료의 부친상이 있어 휴가를 내고 전주에 다녀왔다. 기차를 타고 오가면 왕복 6시간이 넘게 걸리는 길이었다. KTX 비용에 택시비까지 더하면 생각보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다. 부의금도 평소 다른 동료에게 하는 것보다 더 많이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데 있어 망설임은 전혀 없었다.


그 동료는 내가 팀장이었을 때, 내 산하에서 나를 많이 도와주었다. 함께 일하며 고마운 순간이 많았다. 일이 바쁠 때 내가 믿고 맡길 수 있는 동료였다. 그런 사람의 슬픔 앞에 마음을 계산하고 싶지 않았다. 시간도, 비용도, 휴가도 모두 필요했다. 그래도 꼭 가야 하는 자리였다.


기차역에 내려 택시를 타고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들어가려는데 뒷모습만 봐도 누구인지 금방 알 것 같은 사람이 눈앞에 보였다. 선배 A였다. 선배는 10년 전에 이미 퇴직한 분이다. 그런데 후배의 부친상에 와 있었다. 퇴직한 지 10년이 지난 선배가 후배의 장례식장에 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후배가 온라인 게임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사람은 퇴직 후에 더 분명하게 보일 때가 있다. 현직일 때의 직함보다, 시간이 지난 뒤에도 찾아와주는 사람이 있는지가 그 사람의 삶을 말해주기도 한다.


조문을 마치고 상주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료는 연신 와주셔서 고맙다고 했다. '자리 비우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어떻게 오셨냐'고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나는 길게 말하지 않았다. 그저 와야 할 자리였다. 그동안 고마웠던 마음을 이런 날 표현하고 싶었다.


심리학에는 상호성의 규범(norm of reciprocity)이라는 개념이 있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받은 호의와 도움을 그냥 흘려보내기보다, 언젠가 갚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진다는 뜻이다. 물론 조문은 거래가 아니다. 도움을 받았으니 갚는다는 계산도 아니다. 다만 사람 사이의 고마움은 마음속에 남아 있다가, 어떤 순간 행동으로 나온다. 그날 내게 전주까지 가는 길은 그런 마음의 표현이었다.


조문 후 선배 A와 함께 장례식장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했다. 오랜만에 마주 앉은 선배와의 대화는 편안했다. 선배는 치열한 온라인 게임생활을 마치고 지금은 소규모 여행사를 운영하고 계신다. 몇 년 전 중국 공항에서 우연히 마주친 추억(?)도 대화 소재로 나왔다. 그때 선배는 모 대학의 대학원 관광팀을 인솔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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