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밥을 차려주지 못했지만, 아이가 돌아올 자리에 마음을 남겨 놓았다
화요일에 오전 반차를 냈다. 처음에는 내가 좀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월요일 저녁 퇴근이 조금 늦었다. 다음 날 오전에 자리를 비우려면 처리할 일을 마무리해두어야 했다. 휴가 전날의 일은 묘하게 더 바쁘다. 내일 오전에 누군가 찾을 만한 일은 미리 정리하고, 급한 일은 끝내고, 마음에 걸리는 것들은 확인한다.
오전 반차 하나를 쓰면서도 그냥 툭 내려놓지 못한다. 이것도 오래 일한 사람의 습관이다.
그래도 기분은 달랐다. 내일 오전에 출근하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가 월요일 밤의 공기를 바꾸었다. 집에 돌아와 빠르게 저녁을 준비했다. 남편과 마주 앉아 즐겁게 저녁을 먹었다. 평소 같으면 저녁을 먹고 나면 몸이 먼저 꺼졌을 것이다.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조금 보다가, 씻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어느새 시간이 흘렀을 것이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밤에 남편과 코스트코에 갔다. 평일 밤에 코스트코라니. 평소라면 생각하지 못할 일이었다. 사람 많은 곳에 가는 것도, 큰 카트를 밀고 장을 보는 것도, 집에 돌아와 산 물건을 정리하는 것도 모두 일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월요일 밤의 나는 대개 그럴 여력이 없다.
하지만 다음 날 오전 반차가 있었다. 그 사실 하나가 마음을 느슨하게 했다. 내일 아침 부랴부랴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 조금 늦게 움직여도 된다. 출근 준비를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그 여유가 있으니 평소라면 피곤해서 미뤘을 일을 할 수 있었다. 코스트코 장보기가 의무가 아니라, 월요일 밤의 작은 외출처럼 느껴졌다.
사람은 꼭 긴 휴가가 있어야만 쉬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내일 아침에 급히 뛰어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쉰다. 사실 내가 반차를 낸 더 큰 이유는 고등학생 아들 때문이기도 했다. 아이는 1학기 기말고사 기간 중이었다. 시험 기간의 집에는 말로 설명 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다. 아이는 자기 방식대로 버티고, 엄마는 모르는 척하면서도 계속 신경이 쓰인다. 공부를 대신해줄 수도 없고, 시험을 대신 봐줄 수도 없다. 해줄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시험을 마치고 집에 왔을 때 따뜻한 밥을 해주고 싶었다. 별것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시험을 보고 돌아온 아이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차려주는 일은 내게 그냥 밥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오늘도 애썼다고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방식. 점수와 상관없이 네가 돌아올 자리가 있다는 신호. 엄마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오래된 응원이다.
그런데 아이는 시험이 끝나고 바로 학원에 간다고 했다. 다음 날 시험 볼 과목에 대해 마지막 정비가 있다고 했다. 결국 내가 생각했던 장면은 그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이가 집에 들어오고, 나는 따뜻한 밥을 차려주고, 우리는 잠깐 마주 앉는 장면. 그런 그림은 없었다.
그렇다고 마음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가 등교하고 나 혼자 집에서, 양파와 파를 넣고 불고기를 재워놓았다. 아이가 집에 오면 후라이팬에 불고기를 넣고 굽기만 하면 되도록 준비해두었다. 직접 구워서 식탁에 놓아주지는 못해도, 아이가 돌아왔을 때 바로 먹을 수 있는 무언가를 남겨두고 싶었다.
이상하게 거창한 일보다 이런 일이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회의 자료를 끝내고, 보고를 하고,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어느 아침에는 양파를 썰고, 파를 넣고, 불고기를 재워두는 일이 나를 더 나답게 만든다. 엄마라는 역할은 늘 크고 대단한 희생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냉장고 안에 재워둔 불고기 하나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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