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언니와 현역인 언니 사이에서

상추차를 건네는 삶도, 유럽 여행을 앞둔 삶도 좋아 보였다.

by하랑팀장

어제 점심은 두 명의 언니와 함께 먹었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과의 점심에는 서로를 다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이 있다. 어디까지 말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계산하지 않아도 된다. 서로의 말 사이에 담긴 피로와 기쁨을 대충 알아듣는다.


셋이 앉은 자리는 유쾌했다. 대화는 빠르게 오갔고, 웃음은 자주 터졌다. 각자의 상황은 달랐지만, 서로를 보며 응원받고 위로받는 느낌이 있었다. 누군가의 삶을 가까이에서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쉬는 날이 있다.


그날의 점심이 내게 오래 남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한 사람은 은퇴했고, 한 사람은 여전히 현역이었다. 나는 그 사이에 앉아 있었다.


언니 A는 나와 입사 동기였다. 나보다 한 살이 많아 자연스럽게 언니라고 불렀고, 우리는 꽤 친하게 지냈다. 언니는 명문대를 졸업했고, 대기업에서 20년 넘게 일했다. 이후 외국계 회사로 옮겼고, 투자 관련 업무를 하다가 2년 전쯤 조기 은퇴를 했다.


어제 만난 언니의 삶은 평온해 보였다. 은퇴라는 단어에는 묘한 무게가 있다. 일을 마쳤다는 뜻인데, 가끔은 허전함이 먼저 떠오르기도 한다. 특히 오랫동안 온라인 게임 안에서 살아온 사람에게 은퇴는 단순히 출근을 멈추는 일이 아닐 수 있다. 익숙한 역할에서 한 발 물러나, 자기 시간을 다시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언니 A의 삶은 내가 막연히 상상하던 은퇴와 조금 달랐다. 요즘 언니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스트레스 받지 않는 선에서, 생활의 리듬을 잃지 않을 만큼만 일한다고 했다. 봄이 되면 산청으로 내려가 몇 달을 머문다고 했다. 그곳에서 녹차를 만든다고 했다.


그리고 어제 점심 자리에는 본인이 직접 말리고 볶은 상추차를 가져왔다. 상추차라니. 나는 처음 들어보았다.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밀봉된 봉지를 받아 들고 보니, 언니가 직접 말리고 볶은 시간이 함께 전해지는 것 같았다. 돈으로 사기 어려운 귀한 유기농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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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팀장 5년차, 겁 없이 빠른 실행력,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여팀장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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