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해내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내가 선택하고 있다는 감각이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
한동안 온라인으로 새벽 독서모임에 참여 했다. 처음에는 좋았다. 남들이 아직 잠든 시간에 일어나 바카라을 읽는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루를 잘 시작한 것 같았다. 줌(Zoom)으로 사람들과 짧게 인사를 나누고, 바카라을 펴고, 조용히 문장을 읽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나쁘지 않았다. 새벽의 공기는 낮과 달랐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만큼은 내가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온라인카지노 글도 열심히 쓰려고 했다. 일주일에 세 편, 많으면 네 편까지 올려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글을 쓰는 일이 좋았다. 온라인 게임에서 있었던 일, 아이들과 나눈 말, 건강과 취미, 팀장으로 깨우치며 배운 일상을 글로 남기면 하루가 그냥 흘러가지 않는 것 같았다.
집도 조금씩 정리해보려고 했다. 하루 5분만 치우자고 마음먹었다. 1년내에 신지 않을 신발을 버리고, 오래된 바카라을 한 두권씩 버리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평일 밤 10시에는 온라인 모임에 참여하여 감사노트를 적고 있다.
하루 8천 보 이상 걷는 것도 목표로 삼았다.
처음에는 모두 내가 좋아서 시작했다.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었다. 더 건강해지고 싶어서, 더 읽고 싶어서, 더 쓰고 싶어서, 조금 더 정돈된 생활을 하고 싶어서 시작했다. 하나하나 보면 다 좋은 일이다. 바카라 읽기, 글쓰기, 집 정리, 온라인 루틴 참여, 8천보 걷기. 어느 것 하나 나쁜 것이 없다. 오히려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 같은 일들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상해졌다. 하고 싶은 일이 해야 하는 일이 되기 시작했다. 새벽에 알람이 울리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무거워졌다. 오늘은 조금 더 자고 싶은데, 참여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온라인카지노에 글을 올리지 못한 날에는 괜히 숙제를 안 한 사람처럼 마음 한쪽이 찜찜했다. 하루 8천 보를 채우지 못하면 건강을 돌보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집 정리 5분도 가볍게 시작한 일이었는데, 어느 날부터는 ‘오늘도 못 했네...’라는 자기비난의 재료가 되었다.
내가 선택한 일이었으나 어느 순간 그 일들이 나를 끌고 갔다. 주객이 바뀐 것이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효율은 떨어진다. 같은 일을 해도 몸에 힘이 더 들어간다. 바카라을 읽어도 문장이 잘 들어오지 않고, 글을 쓰는 게 숙제 같았다. 걷는 동안에도 상쾌함보다 숫자가 먼저 떠오른다. ‘내가 걷고 있다’가 아니라 ‘아직 몇 보가 부족하다’가 된다.
그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의지가 아니었다. 더 촘촘한 계획도 아니었다.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선택권을 다시 가져오는 일이었다.
심리학에는 자기결정성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이라는 개념이 있다. 에드워드 데시(Edward Deci)와 리처드 라이언(Richard Ryan)이 제시한 이론으로, 사람은 자율성(autonomy), 유능감(competence), 관계성(relatedness)을 느낄 때 더 건강하게 동기부여된다고 본다. 쉽게 말하면 사람은 “내가 선택했다”는 감각이 있을 때 더 오래, 더 기쁘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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