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를 깎는 다정함과 센스에 대하여
연휴 끝에 출근한 화요일은 유독 길고 고되다. 화요일인데도 마음은 월요일 같아서, 종일 사무실에서 사람과 일 사이에 치이며 에너지를 긁어다 썼다. 그렇게 겨우 하루를 버텨내고 몸을 실은 퇴근길 지하철.
지친 몸 위로 휴대전화 진동이 울렸다. 중학생 딸아이의 수학과외 선생님이 보낸 문자였다.
“진이와 수업 잘 마쳤습니다. 진이가 이제 수학에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많은 격려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진이 오빠가 과외 중에 오렌지를 깎아서 가져다주었습니다. 고맙다고 꼭 전해주세요.”
문장을 가만히 읽다가 픽, 웃음이 새어 나왔다. 고등학교 1학년 짜리 아들이 중학교 1학년 동생이 과외 받는다고 주방에서 오렌지를 깎고 있었을 모습을 상상하니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간질거렸다. 착하고 스위트한 아들. 그 다정한 뒷모습이 그려져 존재 자체만으로도 왈칵 감사함이 올라왔다. 물론, ‘공부만 조금 더 하면 좋으련만’ 하는 엄마로서의 아주 작은 욕심도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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