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은 날에는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라
연휴 내내 숙제를 미뤄둔 사람처럼 마음이 불편했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날의 찝찝함은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마음 한쪽이 계속 걸린다. 골프 연습장에 가야 했다. 레슨도 받아야 했다. 돌아오는 토요일에는 라운딩이 잡혀 있다. 아주 잘 칠 필요는 없어도, 내가 주선하는 모임이므로 평소만큼은 치고 싶다.
그런데 가기가 싫다.
골프가 싫은 것은 아니었다. 집 밖으로 나가는 과정이 귀찮았다. 옷을 갈아입고, 장비를 챙기고, 차를 타고, 연습장에 도착하기까지의 모든 단계가 크게 느껴졌다. 토요일 오후에는 시댁에 가서 1박 2일을 보내고 왔다. 일요일 오후에 집에 도착해 가져온 음식을 정리하고 나니 더 나가기 싫어졌다. 몸은 소파 쪽으로 기울고, 마음은 “내일 가지 뭐” 쪽으로 기울었다.
월요일 아침이 되었다. 연휴의 마지막 날이었다. 그런데도 해야 할 일을 하나도 하지 않은 사람처럼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다. 그때 생각했다. 이렇게 불편해할 거면 차라리 내가 갈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겠다고.
나는 프로에게 카톡을 보냈다. 오후 레슨을 예약했다. 시간은 오후 3시로 정했다. 당일에 잡은 레슨을 당일에 취소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일부러 그 예의를 나를 움직이는 장치로 썼다. 가고 싶어서 가는 것이 아니어도 괜찮았다. 일단 예약을 하면 가야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방식을 전념 장치(commitment device)라고 한다. 미래의 내가 흔들릴 것을 예상하고, 지금의 내가 미리 장치를 걸어두는 것이다. 의지가 강해서 움직이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덜 흔들릴 구조를 만드는 사람에 가까워지는 일이다. 생각보다 우리는 마음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환경이 바뀌면 행동도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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