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는 무너지는 시간이 아니라 나를 다시 조정하는 시간이다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다고 했다. 예전에는 그 말을 위로처럼 들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르게 들린다. 무엇을 잃었는지보다, 무엇을 새로 배워야 하는지를 묻는 말처럼 들린다. 살다 보면 하나를 잃고 둘을 한꺼번에 얻는 날도 있다. 일이 잘 풀리고, 몸도 가볍고, 마음까지 넉넉한 날. 그런 날에는 인생이 꽤 괜찮다고 느낀다. 그런데 얻었다고 생각한 것들이 어느새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기도 한다. 체력도 그렇고, 집중력도 그렇고, 예전의 나를 믿고 밀어붙이던 방식도 그렇다.
50대 초입에 들어서면 몸은 조금 더 정직해진다. 예전에는 덜 자도 버텼다. 주중에 무리해도 주말에 조금 쉬면 회복되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입안에 구내염이 생기고, 혀가 따끔거리고, 몸이 자주 가라앉는다. 주말이면 소파에 누워 아무것도 못 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마음은 움직이고 싶은데 몸이 따라오지 않는다. 그러면 이상하게 자바카라이 먼저 올라온다. “왜 이렇게 가라앉지?” "버겁다.”
그런데 이 시기에는 그렇게 단순하게 나를 몰아붙이면 안 된다. 갱년기는 몸이 뜨거워지는 일만을 말하지 않는다. 내게는 잠이 얕아지는 일로, 감정의 폭이 달라지는 일로, 집중력이 쉽게 흐트러지는 일로 온다. 별것 아닌 말에 마음이 무겁고, 평소라면 넘길 일도 크게 들어온다.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생각이 선명하지 않은 날도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인지 부하(cognitive load)가 높아진 상태로 볼 수 있다. 처리해야 할 자극은 많은데, 몸과 마음의 에너지는 예전 같지 않다. 그러니 작은 일에도 버거움이 느껴진다.
구내염도 내게는 하나의 신호처럼 온다. 일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고, 잠이 부족하고, 운동을 놓치고, 비타민도 챙기지 못하면 입안이 먼저 반응한다. 물론 모든 구내염을 갱년기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피로, 스트레스, 면역 상태, 영양 부족도 영향을 준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있다. 내 몸이 예전보다 자주 신호를 보낸다는 사실이다. 그 신호를 무시하면 마음도 같이 무너진다. 몸이 아프면 정신력으로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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