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그 마음이 달라졌을까

평안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 끝에 남은 사랑

by바람 wind air wish

“그렇게 힘들었는데 어떻게 그 아픔을 이겨냈어요? 마음이 어떻게 갑자기 평안해질 수 있어요?”

어느 날 누군가 내게 물었다. 내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알고 있는 분이셨다.

그 자리에서는 복음의 은혜를 기억했다고 답했다. 충분히 이야기할 시간이 없어 다음을 기약했지만, 헤어진 뒤에도 그 질문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그러게. 나는 어떻게 이 평안을 누리게 되었을까.’

나도 신기했다. 한때는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무너졌던 일을 이제는 다른 마음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사이에는 짧은 대답에 다 담지 못한 시간이 있었다.

깊이 사랑했던 관계가 뜻밖의 이별로 끝났을 때, 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 어떤 말을 다르게 했어야 했는지 밤마다 되짚었다. 그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관계는 무엇이었을까.

오래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같은 질문을 반복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잠들지 못하는 밤이 이어졌고 몸과 마음이 함께 지쳤다.

부끄럽고 수치스러웠지만 나는 그 상태를 인정하고 병원에 갔다. 약을 처방받았고, 필요한 도움을 받았다. 잠을 조금씩 되찾으면서 밤새 이유를 묻고 분석하던 시간도 줄어들었다.

낮에는 쉬고, 잘 먹고, 걸었다. 가끔은 여행을 하며 익숙한 자리에서 잠시 벗어나기도 했다. 마음이 아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만큼 지친 몸도 돌봤다.

그 가운데에서도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기도했다.

처음부터 너그러운 마음으로 기도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서운했고, 화가 났고,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내 마음도 들여다보았다.

‘나는 왜 이렇게 화가 날까. 무엇이 이렇게 아플까.’

그 질문은 상처의 바카라임을 모두 내게 돌리려는 것이 아니었다. 상대가 한 일 때문에 아픈 것과, 그 아픔 속에서 내 마음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함께 살펴야 했다.

나는 이해하고 싶으면서도 이해되지 않으면 괴로워했다. 마음을 내려놓고 싶어도 같은 생각으로 돌아갔다. 분노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분노가 곧바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내 마음인데도 내 뜻대로 할 수 없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나를 어쩌지 못할 때가 있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

그들의 마음을 알게 된 것은 아니었다. 떠난 이유를 알아낸 것도 아니었다. 다만 내게도 감당하기 어려운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보면서, 그들에게도 내가 모르는 한계와 아픔이 있을 수 있음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말씀 안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생각했다.

로마서 5장 8절의 말씀이 마음에 남았다. 내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 그리스도께서 나를 위해 죽으셨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잘못을 모두 고치고, 누군가에게 상처 주지 않을 만큼 온전해진 뒤에 그 사랑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부족하고 내 마음조차 다스리지 못하는 나를 그분은 먼저 사랑하셨다.

그 사랑을 기억할수록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내가 받은 사랑 앞에서, 이해할 수 없는 사람에게도 마음을 열 여지가 생겼다. 나는 하나님께서 그들을 용납할 수 있는 마음을 주셨다고 믿는다.

그렇다고 상처를 준 행동까지 옳았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지금도 잘못이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남아 있다. 그러나 그 행동에 대한 내 판단이 그 사람 전체를 향한 원망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었다. 나에게는 누구를 판단할 자격도 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여전히 다 알지 못하면서도, 그들의 아픔과 회복을 위해 기도할 수는 있게 되었다.

이 변화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잠을 되찾고 몸을 돌보는 동안 같은 생각에 붙잡혀 있던 시간이 줄었고, 말씀을 읽으며 그 시간 속의 나를 돌아보았다. 시간이 필요했고, 치료와 쉼도 필요했다.

그 과정을 충분히 이야기한 뒤에야 나는 마지막 한마디를 꺼낼 수 있을 것 같다.

복음이었다고. 결국 나를 먼저 사랑하신 그분의 사랑이었다고.

최근 만난 한 분은 여전히 큰 상처를 안고 계셨다. 그때의 일을 생각만 해도 분노가 솟는다고 하셨다.

그분에게 내 회복을 기준으로 내놓고 싶지는 않다. 내가 누리는 평안이 누군가에게는 아직 먼 이야기일 수 있다. 복음을 기억한다는 말도 아픔을 서둘러 끝내라는 요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내게도 오래 잠들지 못했던 밤과 도움이 필요한 날들이 있었다. 그 시간을 빼고 지금의 마음만 이야기하면, 아직 힘든 사람에게 너무 쉬운 대답을 건네게 될 것 같다.

나에게 질문했던 분과 다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면 그 과정부터 들려드리고 싶다. 나도 오래 아팠고, 혼자 감당하지 못해 도움을 받았다고.

그리고 말씀 안에서 나를 돌아볼수록, 나를 위해 먼저 주어진 사랑을 기억하게 되었다고.

나는 그 사랑으로 살아온 사람이었다. 이제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그 사랑 안에 맡겨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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