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를 본다

by아리김


벤치를 본다.

벤치는 단순한 의자와는 다르다.
조금 더 넓고, 조금 더 여유롭다.

사람 한 명이 앉을 수도 있지만, 몸을 잠시 눕혀 하늘을 바라보며 쉴 수도 있는 공간.
그 넉넉함 덕분에 사람은 작은 의자보다 더 다양한 자세를 취하고, 생각도 조금 더 멀리 흘러간다.

의자는 몸을 앉히는 곳이라면,
벤치는 몸과 마음을 함께 쉬게 하는 곳인지도 모른다.


캠핑을 갈 때도 나는 종종 벤치체어를 가져간다.
텐트를 세우고, 의자를 펴고 짐을 하나씩 셋팅하다 보면 생각보다 힘이 좀 든다.

그럴 때 잠시 벤치에 몸을 길게 뉘이면,
캠핑 준비로 지쳤던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낀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고,

멀리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쉬는 것은 몸만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생각도 든다.


또한 벤치는 혼자만을 위한 의자가 아니다.
두세 사람이 함께 앉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만들어진 자리.

그래서인지 혼자 앉아 있으면 가끔은 조금 넓고,
조금은 허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반대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있으면,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같은 바람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순간이 있다.

그 모습은 문득 인간이 슬롯적 존재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는 있지만, 함께할 때 조금 더 따뜻해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벤치는 의자보다 더 많은 재료가 필요하고,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품이 들어간다.

조금 더 길게 만들고, 조금 더 튼튼하게 만들고, 누군가를 조금 더 넉넉하게 품기 위해서다.

생각해 보면 사람도 그렇다.
다른 사람을 품을 줄 아는 사람은 그만큼 많은 경험을 지나왔으며, 많은 시간을 견뎌 왔고,
보이지 않는 마음의 품을 조금씩 넓혀 온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벤치를 볼 때마다 생각한다.

넉넉한 사람이란 벤치 같은 사람이 아닐까.

혼자만 편안한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가 잠시 쉬어 갈 자리까지 기꺼이 내어 줄 수 있는 사람.
조용히 곁을 내어 주고, 말없이 쉬어 갈 공간이 되어 주는 사람.

그런 사람 곁에서는 이상하게 마음이 놓이고, 괜찮아질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

그래서인지 벤치를 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조금씩 벤치를 닮아가
나도 누군가에게 편히 쉬어 갈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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