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지옥에 참여하지 않겠다.

by아리김


내게는 매일 아침 작은 기대가 있다.
오늘 하루도 건강하게 움직이고, 사람들과 웃으며 일하고, 무사히 하루를 마치고 돌아오리라는 기대.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과 태도를 끊임없이 쏟아내는 사람을 만나면 그 기대는 쉽게 무너진다.
한 번 만나고 마는 사이라면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서 일해야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언제 다시 말을 걸지, 이번에는 어떤 표정과 말투로 나를 대할지 알 수 없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순간조차 긴장을 놓을 수 없다.

나는 올해 그런 상사와 함께 일했다.
그는 내게 두어 번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니까 상처받지 마."
참 이상한 말이다.
자신이 어떤 태도로 사람을 대하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상처받지 말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그의 날카로운 눈빛과 신경질적인 말투를 마주할 때마다 나는 어김없이 스트레스를 받았다.
머리로 이해한다고 해서 마음까지 다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그는 나보다 우위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짜증과 분노를 피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자리를 떠날 수도 없었다.

왜 자신의 부정적인 태도를 바꾸려 하지 않으면서, 그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에게 이해를 요구하는 것일까.
나는 이것이 일종의 작은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폭력이 반드시 주먹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반복적으로 상대방을 위축시키고 두렵게 하면서도 자신은 원래 그런 사람이니 이해하라는 것.
마치 때린 사람이 맞은 사람에게 자신을 이해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네가 이렇게 하니까 내가 그러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나를 돌아보았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이 더 이상 화를 내지 않을까.
그렇게 부족한 부분을 고치려고 애썼다.
물론 내게도 부족함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전의 상사들과는 별다른 문제 없이 일해왔던 내가 그에게는 번번이 짜증과 질바카라의 대상이 되었다.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기준을 맞추려고 노력해도 또 다른 이유가 생겼고, 결국 언제나 화를 내는 이유는 상대방의 잘못이었다.
업무를 지적하는 것과 사람에게 신경질을 내는 것은 다르다. 잘못을 바로잡는 데 반드시 화가 필요한 것도 아닌 것이다.

나는 다른 팀원들 역시 그의 태도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전하며 조금만 부드럽게 대해달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에도 그는 여전히 다른 사람들에게 신경질을 내고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스스로 바뀔 생각이 없는 사람을 내가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을.



나는 가끔 인간의 삶이 참 안타깝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웃으며 살아가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존재들이다.
함께 일하는 시간에 조금만 더 친절하게 말하고, 조금만 더 너그럽게 대할 수도 있을 텐데.
왜 굳이 자신을 분노와 불만 속에 가두고 다른 사람들까지 그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일까.
왜 스스로 만든 지옥에 타인까지 살도록 강요하는 것일까.

물론 그에게도 나름의 고충과 사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해하는 것과 그 고통을 대신 감당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누군가의 불행을 이해한다고 해서 나까지 불행해져야 할 이유는 없다.

나는 당신의 지옥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
당신의 분노를 내 잘못으로 받아들이며 끝없이 나 자신을 의심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여전히 세상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고 믿는다.
서로에게 친절하고, 부족함을 감싸주고, 함께 웃을 줄 아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믿으며 살고 싶다.
하지만 아침부터 저녁 여섯 시까지, 내 하루의 상당 부분을 지배하는 상사가 있는 한 그런 믿음을 지키기가 쉽지 않았다.
출근하면서부터 긴장하고, 하루 종일 표정을 살피고, 퇴근해서도 그날 들었던 말과 표정이 떠오르는 생활.
내 하루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 그 사람인 것만 같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제는 떠나야겠다고.
당신 때문에 잃어버렸던 평온과 웃음, 일에 대한 즐거움을 되찾기 위해서다.


한편으로는 이런 마음도 든다.
그러게, 있을 때 조금만 잘해주지 그랬어.
내가 당신의 신경질을 견디면서도 얼마나 많은 일을 감당하고, 팀을 위해 애써왔는지 당신도 알고 있지 않은가.


내가 떠난 뒤 당신이 내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때라도 깨달았으면 좋겠다.
사람을 곁에 두는 것만이 아니라 그 사람이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 나는 당신의 태도가 아니라 나의 선택으로 내 삶을 채우고 싶다.


내일 아침에는 다시 작은 기대를 품고 눈을 뜨고 싶다.
오늘은 누구와 웃게 될까. 어떤 즐거운 일이 있을까.
그런 평범한 아침을 되찾고 싶다.
이것이 내가 당신을 떠나는 이유다.

당신에게 벌을 주기 위해서라기 보다, 나를 더 이상 벌주지 않기 위해서.
나는 당신에게 내 능력도, 내 마음도 충분히 내어주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이 매일의 긴장과 상처였다면, 이제는 그만할 때도 되었다.

당신은 당신이 만든 결과를 감당하고, 나는 내가 잃어버린 평온을 되찾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인과응보다.


당신은 사람을 잃었고, 나는 나를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