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렛에 간 것은 필요에 의해서였다. 아이 장화가 작아졌기 때문이었다. 아내와 아이는 유아 신발 매장을 돌아다니고 있었고, 나는 그 뒤를 따라다니며 취향에 맞는 식당을 고르고 있었다. 화면을 넘기다가 랍스터 버터 구이집을 발견했다. 사진이 지나치게 윤기가 흘렀다. 좋았다. 오늘 저녁은 여기다.
그러다 타임 옴므 매장 앞에서 멈추었다.
익숙했다. 트위드, 앞으로 쏠린 어깨선. 갑작스러운 깨달음은 식은땀과 같이 온다. 기억났다. 작년 백화점에서 취향이라며 산 티셔츠였다. 주룩. 등허리에서 땀이 한 줄기 흘렀다. 나는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 티셔츠를 한번 집어 들었다가 다시 걸었다. 정확히 그 제품이었다. 직원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선수를 쳤다. 내 취향은 결코 구리지 않다고.
“이거 리오더죠? 인기 많아서 다시 만든 거.”
“아니요. 백화점 물량 그대로 넘어온 거예요. 거기 바코드 보면 리오더라고 안 적혀 있어요.”
직원은 친절한 설명에 더 친절한 표정을 더하여 대답했다. 선택받아서 돌아온 게 아니라, 팔리지 않아서 밀려온 것이었다.
나는 그 티셔츠를 다시 봤다. 백화점 매장에서는 옷걸이 간격도 넓게 걸려 있었고, 점원은 이런 제품은 유행을 덜 타는 스타일이라고. 고객님이 요즘 트렌드를 잘 아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그 티셔츠는 할인 스티커가 삐딱하게 붙어 있었다. 다른 사이즈들의 옷들과 어깨를 겹친 채 빽빽하게 매달려 있었다. 뭐든 지나치게 모여 있는 것은 안 되어 보인다.
매장을 그냥 나가기 뭣해서 매장을 한 바퀴 돌았다. 그때 같이 샀던 바지도 발견했다.
"이건 리오더 맞죠?"
"이것도 그대로 넘어온 거예요!"
♬빙빙 돌아가는 회전목마처럼♬ 갑자기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아내였다. 애 장화는 샀고, 원피스 하나만 더 보고 저녁을 먹자고 했다. 주말이라 자리가 없을 수 있으니 예약을 하라고 했다. 나는 알겠다고 말하고, 방금 고른 윤기 나는 랍스터 집에 전화를 걸었다.
없는 번호였다. 폐업.
내 취향이 이제는 덤핑이라니. 웃음이 났다. 그냥 뭔가 정확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