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좀 이상했다.
그날은 날씨가 참 왔다 갔다 했다. 바깥이 밝았다가 어두웠다가. 차량 에어컨을 가장 약한 1단으로 켜면 춥고, 끄면 꿉꿉했다가. 뭐 이런 날이 있어? 할 법한 그런 날이었다. 그날은 모델하우스에 가는 날이었다. 지금 사는 아파트 근처에 대단지 아파트가 신규로 분양을 한다고. 그래서 모델하우스를 지어났다고 했다. 차 타고 가기는 뭣하고 걸어가기는 더 뭣해서 차를 타고 모델하우스로 향했다.
모델하우스에 들어가면 사람이 조금 바뀐다. 나도 그렇다.
평소에는 편의점에서 1+1 앞에서 1분을 고민하던 사람이, 그날만큼은 망설임이 없다. “남향이죠. 조망이 중요하고요.” 같은 말을 한다. 살면서 처음 본 사람에게 그렇게 단호하게 말해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상담 직원에게 확신에 차 말한다.
뻥뷰
뻥이라니, 이상한 단어다. 평소에는 쓸 일이 거의 없다. 그런데 모델하우스 안에서는 다들 그 단어를 자연스럽게 쓴다. 앞동, 끝동, 뻥뷰. 갑자기 모두가 부동산 전문가가 된 듯이.
“여긴 뻥뷰예요.”
참 묘한 말이다.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이미 설득이 되는 것 같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돈을 더 낸다.
참.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 우리는 보통 뭔가 있는 것에 돈을 낸다. 기능이 많을수록, 옵션이 많을수록, 종류가 많을수록 비싸다. 그런데 아파트의 풍경만큼은 반대다. 앞에 건물이 없고, 사람이 없고, 구차해 보이는 그 어떤 것이 없을수록 비싸진다.
그렇게 혼자만의 생각으로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갑자기 ‘분양 담당 ㅁㅁㅁ’ 명찰을 달고 있는 직원이 다가왔다. ㅁㅁㅁ는 진짜ㅁㅁㅁ(네모네모네모)였다. 진짜로 명찰에 이름이 ㅁㅁㅁ로 되어 있었다.
나는 분양 담당 직원 명찰을 보고 의아해했다. 이름을 비공개로? 뭐지?
그 ㅁㅁㅁ 명찰 직원이 나에게 와서 말을 걸었다.
“ㅁㅁㅁ ㅁㅁㅁ ㅁㅁ ㅁㅁㅁㅁ ㅁㅁㅁㅁ ㅁㅁㅁㅁ”
ㅁㅁㅁ 명찰 직원이 이렇게 말했다. 진짜로. 그러니까 정말 ㅁㅁㅁ 이렇게 말했다. 이상한 것은 나는 그 직원의 말을 정확하게 알아 들었다. 이 모든 일이 정말로 일어나고 있었다.
나는 ㅁㅁㅁ직원의 말을
“지구는 둥근데 세상 대부분은 네모라서 이상하다”로 알아 들었다. 나도 어떻게 알아 들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노래 '네모의 꿈' 노랫말이었다.
모델하우스에 사람이 많아서인지, 내 머릿속에 생각들이 많아져서인지 갑자기 혼란스러웠다.
이거 혹시 다 뻥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