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by신포도

분명하게 일어난 사건인데, 어떤 사건은 설명하기가 힘들다. 그런 사건은 스스로도 설명을 포기하고 결국엔 느낌만 또렷하게 남게 된다. 지금 내가 말할 사건이 그러하다.


그날 저녁은 비가 오다는 예보가 있었다. 틀린 예보 덕분에 그날은 원래보다 더 맑은 느낌이었다. 어스름이 밤의 시작을 알리는 네온사인과 바통터치하고 있었다. 틀린 예보는 예정에 없던 사건을 만든다.


그래서 일정을 바꾼 것이었다. 집 앞에서의 약속이 시내 한 가운데로. 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기로. 출발하는 직전까지도 그렇게 약속했다.


시내까지는 버스로 30분. 꽤 먼거리였다. 굳이 시내로 갈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갔다. 날씨도 좋지 않는가. 나는 날씨로 시작하는 소설을 좋아한다.


시내 술집에 들어갔다. 금방 취힌 누군가가 “이런 분위기에서는 한 병 더”라고 말했다. 논리적이었다. 몇번 반복되자 점점 더 설득력을 얻었다.결국 우리는 택시비까지 전부 써버렸다.


버스는 끊겼고, 시간은 새벽 세 시를 지나고 있었다. 선택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선택지가 없을 때 사람은 동물적 귀소 본능을 발휘한다.


걷기 시작했다.

걷다가 뛰었고, 뛰다가 다시 걸었다. 집 근처 하천에 도착했을 때, 거의 동시에 누웠다. 새우처럼. 보기 좋게 구겨진 자세로. 하늘이 꼬리치듯 밝아오고 있었다.


그때 멀리서 부터 청소를 하던 미화원이 다가오더니 우리에게 말을 붙였다.

“젊은 친구들이 부지런하네. 새벽 운동도 하고.”


우리는 잠깐 서로를 봤다. 그러고는 곧바로 웃기 시작했다. 결과만 보면 틀린말도 아니었다. 우리는 한참을 웃었다. 숨이 가빠질 때까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은 그냥 시작되었다. 그런 순간은 대개, 다시 설명하려고 하면 잘 설명되지 않는 어떤 장면이다. 예보에 없는 날씨처럼


오늘 저녁에 비가 온기로 했는데, 오지 않고 있다. 네온사인 뒤에서 어스름이 춤추는 것 같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시작이다. 오늘은 어떤 소설이 펼쳐질까. 나는 날씨로 시작하는 소설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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