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삶

by신포도

마그네슘을 먹으면 잠을 잘 잔다는 말을 인스타 릴스 어디에선가 봤다. 마그네슘을 샀는데, 일단 잠을 잘자면 잘 일어날 수 있으니까. 내일부터 이렇게 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지금 마그네슘을 먹고, 내일 아침에 햇살과 함께 일어난다. 에어컨을 켜고 문을 닫고 자서 아주 쾌적하게 일어난다. 아침 5시 40분이다. 햇살을 보고 마른 세수를 하고 정수기에서 물을 마신다. 한 컵은 아니다. 100밀리쯤이면 충분하다. 몸아 아직 아니야. 기다려.


밖으로 나가 조깅을 한다. 러닝이라고 부르기엔 민망한 속도다. 뛰다가 걷지 않으려고, 애초에 너무 빨리 뛰지 않는다. 오 킬로미터쯤. 그 정도면 하루를 시작했다는 기분이 든다. 세상을 바꿨다는 착각까지는 가지 않는다. 그런 건 여러모로 안 좋다.


집에 돌아오면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덤벨 운동 유튜브를 하나 틀어 놓고 홈트레이닝을 십오 분 한다. 남의 구령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일은 생각보다 편하다. 다음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땀이 난다. 정직하다. 샤워는 찬물로 한다. 차가울수록 좋다. 방금 전까지 내 것이던 땀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정신도 따라온다.


아침을 먹으면서 커피를 마신다. 잠에서 깨고 나면 코르티솔이 두 시간 반쯤 몸을 정리한다고 들었다. 사실 정확한 시간은 몰라도 상관없다. 그 무렵이면 정말로 깨니까. 커피는 이제 들어간다.


온라인 게임에는 8시 40분쯤 도착한다. 그때부터는 집중해서 일한다. 이미 한 번은 하루를 살아낸 뒤라서, 남들보다 조금 먼저 몸과 마음이 자기 자리에 와 있다.


점심은 천천히 먹는다. 동료들과 가벼운 이야기를 한다. 쓸모없는 이야기일수록 좋을 때가 있다. 사람은 가끔 의미 없는 대화 덕분에 삶의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니까. 남은 점심시간 30분은 소설을 쓴다. 일 년을 생각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소설가. 써놓고 보면 조금 웃기지만, 꿈이라는 게 원래 대체로 그런 식이다. 크고 막연하고, 남에게 말하기는 머쓱한.


일이 끝나면 시간이 맞는 날 운동을 더 한다. 배드민턴이나 테니스. 공을 치기 위해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날아오는 걸 딱! 대개 잘 맞추는 편인데, 인생은 대체로 그렇지 못하기에.


집에 돌아오면 아이와 아내가 있다. 같이 논다. 작은 갈등도 있다. 하지만 그건 대개 내 마음의 그릇으로 받아낼 수 있는 정도다. 사람이 성숙해진다는 건 대단한 깨달음을 얻는 일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넘치지 않게 안고 갈 수 있게 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고 마그네슘을 먹고 또 자는 거다. 좋은 생활이라는 건 대단한 생활이 아니다. 조금 일찍 일어나고, 조금 뛰고, 밥을 먹고, 일하고, 틈을 내어 소설을 쓰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 그걸 오래 하는 것.


어쩌면 내가 원하는 삶은 그런 쪽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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